[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을 위협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불안감이 한층 더 짙어진 모습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35.2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8원 상승한 1135.2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11일(1135.2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은 달러화 강세 흐름 속에서 동조화 현상이 강한 위안화 약세 영향이 크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원화 약세로 나타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금융시장은 최근 달러화 강세, 위안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주요 6개국(유럽연합·일본·영국·캐나다·스웨덴·스위스)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DXY)는 지난 20일 장중 95.28까지 오르면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위안화 환율은 지난 20일 역내 시장 기준 달러당 6.7697위안으로 한 달 새 4.6%, 3개월 만에 7.5% 각각 하락하면서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달 중순 이후 급락세를 보였는데, 6월 한 달만 보더라도 달러 대비 3.3% 하락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입'에서 비롯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국 경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너무 강세다. 강한 달러는 미국을 불리하게 만든다. 중국 위안화는 바위처럼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환율 개입에 나섰다. 이어 트위터를 통해서도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대중 무역 적자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대미 무역 흑자는 전달보다 17.9% 늘어난 289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이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 폭탄'을 투하했는데도 달러화 가치는 상승, 자국의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환율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환율 조작은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화 환율은 주요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며 "중국은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해 수출을 자극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 경제는 양호한 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위안화 환율 안정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위안화 가격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신흥국 시장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영향을 많이 받는 원화의 경우도 동조세 현상이 짙어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의 위안화 약세가 아시아 통화의 흐름을 바꿔놓을 '게임체인저'"라면서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과 경제가 받을 압박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도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입업자들의 구매력을 낮추고 아시아 지역의 수출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미·중 갈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원화의 방향성을 가를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위안화 절상 압력 시, 원화도 함께 절상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 둔화와 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위안화 절상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무역분쟁 격화 시 수출둔화 등 한국의 간접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