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특판예금으로 '곳간'이 넉넉해진 은행들이 대출 늘리기에 안간힘이다. '역마진'우려 때문에 그렇다지만 '묻지마 대출'로 은행권 부실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특판 예금만 37조 몰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올초 시중은행이 4%~5%까지 고금리 특판 예금을 선보이며 모은 자금은 37조8000억원에 달한다. 예대율 규제, 상반기 중 금리인상 등이 점쳐지고 금호그룹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특판예금이 줄을 이었다.
'곳간'이 차면서 은행 건전성도 개선됐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36%로 5분기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대출자산이 준 대신 수신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찐 '살'을 다시 빼기가 녹록치 않다. 담보대출 규제, 기업 대출수요 감소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묶였다. 작년 12월 2조원 증가했던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들어 1월 6000억원, 2월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은 경기 회복 전망이 불확실하면서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지 않다.
시중 금리는 전망과 거꾸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양도성예금증서(CD)91일 금리는 2.82%, 국고채 3년물은 3.8%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CD 2.86%, 국고채 4.41%와 비교하면 각각 0.04%, 0.61%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시중은행의 기업자금 담당 임원은 "한은 신임 총재로 김중수 대사가 내정되면서 금리 인상 시기는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 혹은 내년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적어도 몇개월 동안은 이와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 될 거란 얘기다.
역마진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개인고객 담당 부지점장은 "저금리때 4%로 대출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판때 4.5%이자를 약속 받은 고객도 있다"며 "이 경우 0.5% 역마진을 은행이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무리한 다이어트 경계해야"
주요 은행은 이달 초 1년제 정기예금에 대해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4%~4.35%로 연초에 비해 0.5%포인트가량 낮췄다. 당분간 특판 예금 판매 계획도 없다.
주택 집단대출 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캐피탈, 신용카드 업계의 주력 상품이던 자동차 신용 판매에 나선 은행도 있다.
하지만 '살빼기'가 무리할 경우 건강, 즉 은행 건전성에 부작용을 가져올 거란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몇 년전에도 시중은행 중 한 곳이 '묻지마'식 대출을 했다가 2~3년 후 결국 부실화됐다"며 "곳간이 꽉 찼다고 쉽게 퍼주다간(대출) 은행 부실 우려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무리하게 금리를 낮춰 대출해주기보단 주택담보대출 외 고객 수요에 맞는 신상품을 만들어 대출해주는 것이 좀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계 및 중소기업 중에는 아직까지 자금난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며 "은행들이 이 기회에 저신용자, 사회취약층 대출을 늘리는 것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