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세카이노 오와리, 따스한 동화의 '희망 울림'

아도이·크리스토퍼도 아름다운 무대…'사운드시티' 도심 속 3일간 9000명 운집

입력 : 2018-07-30 오후 6:34:5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End of the World’ 
 
분홍 형광 글자가 켜지자 현실이 꼭 동화 세계처럼 일렁이는 듯 했다.
 
무대 준비 중 터져 나오는 일렉기타 소리는 회중시계를 지닌 토끼 같았고, 관객들은 앨리스 마냥 무대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일본에서 왔다는 한 팬은 망원경까지 꺼내 들고는 ‘토끼굴(밴드가 나오는 입구)’ 위치를 미리 관망하고 있었다.
 
'사운드 시티' 세카이노 오와리의 무대.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29일 저녁 7시30분 무렵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SK핸드볼경기장. 마지막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팬들 사이 애칭은 '세카오와')’가 무대 뒤에서 대기할 무렵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복판에 있는 듯 했던 환영은 착각이 아니었다. 10분 뒤 초현실적인 파란 전구 빛과 오토튠을 입은 목소리가 더 우주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했다. “웰컴 투 더 스타라이트 퍼레이드!(Welcome to the STARLIGHT PARADE!)”
 
개개인의 절망에서 탄생한 밴드는 ‘희망의 언어’를 노래했다.
 
누군가의 ‘SOS’에 귀를 기울여 보라거나(‘SOS’) 동료들과 함께 두려움을 극복해보라(‘RPG’) 한다.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자신의 용기를 돌아보고(‘HEY HO’) 밤 하늘 쏟아지는 별빛에 소원도(‘STARLIGHT PARADE’) 빌어본다. 정신질환과 왕따 등 아픔을 치유하고, 딛고 선 멤버들의 자전적 이야기였다.
 
세카이노 오와리 후카세와 DJ 러브.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세상을 향한 희망어는 찬란한 판타지풍 멜로디에 더욱 빛을 발했다. 서커스 탈을 쓴 DJ 러브는 핑거 스냅으로 초현실적 분위기를 한층 돋궜고, 사오리는 건반과 멜로디언을 오가며 아름다운 선율을 쏟아냈다. 어깨동무를 하고 맑게 노래하는 기타리스트 나카진과 보컬 후카세는 시종일관 따스하고 밝아 보였다.
 
“재밌어요 코리아? 최근 에픽하이 형들과 콜라보 싱글을 냈어요. 아시나요?(나카진)”, “어제 밤 맛있는 한국 음식 먹었어요. 한국음식 최고(DJ 러브)”, “여러분 만나서 정말 기뻐요. 하지만 감기 걸렸어요. 콜록콜록. 여러분도 조시므(조심) 해요.(후카세)”
 
공연 중간, 중간 들려주는 따스한 한국어 멘트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 밴드 잘 몰랐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정말. 멘트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친구와 무대를 지켜 보던 한 관객이 무심결에 말을 ‘툭’ 흘렸다.
 
'세카이노 오와리' 사오리와 나카진.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형형색색의 레이저 빛 외에 특이할 만한 시각적인 무대 연출은 없었지만, 밴드는 17곡을 쉴 새 없이 이어갔다. 앵콜곡 ‘드래곤 나이트(Dragon Night)’ 때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어서 ‘끝난 전쟁을 축하’했다. 따스한 동화의 ‘희망 울림’이 한 여름 밤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렸다.
 
이날 세카이노 오와리에 앞서는 ‘아도이’와 ‘크리스토퍼’가 무대에 섰다.
 
아도이는 ‘원더(Wonder)’와 ‘그레이스(Grace)’,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등 자유롭고 따뜻한 멜로디에 청춘과 사랑이란 주제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에버(Ever)’와 ‘바이크(Bike)’ 때는 보컬 오주환이 기타를 부여잡고 록 밴드 출신다운 면모를 뿜어 내며 큰 박수를 이끌어 냈다.
 
아도이 보컬·기타 오주환.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곡 ‘배드(Bad)’를 부르며 발차기로 포문을 연 덴마크 팝 가수 크리스토퍼는 모두에게 ‘댄스 파티’와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튤립스(Tulips)’, ‘크레이지(Crazy)’ 등을 이어가며 “여러분들을 보니 한국에 다시 오길 정말 잘했다. 나와 함께 댄스 파티를 즐겨달라”며 흥을 돋궜다.
 
각 곡을 들려주기 전에는 젠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면모를 보였다. 대표곡 ‘하트 비트(Heart Beat)’를 부르기 전에는 중국 음원차트 QQ에서 1위를 했다는 소식을 접한 사연을 전하며 “여러분들 덕에 빅 히트송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Let You Down’을 부를 때는 ‘쉬’ 하는 떼창을 관객들과 함께 연습하는 등 매너를 발휘했다.
 
덴마크 출신 팝가수 크리스토퍼.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사운드 시티’는 서울 도심에서 ‘한여름 밤의 릴레이 공연’이란 콘셉트로 올해 처음 열렸다. 여느 록 페스티벌못지 않은 라인업에 업계에서는 올해 열리지 않는 ‘지산 록페스티벌을 위한 대안’으로도 평가 받았다. 주최 측 추산 3일간 9000여명이 모였고, 사고 등 각별히 신경을 쓴 주최 측의 운영 노하우도 돋보였다.
 
이날 3팀 외에도 스코틀랜드 신스팝 밴드 ‘처치스(CHVRCHES)’, 일렉트로니카 소울 듀오 ‘혼네(HONNE)’ 등 세계와 국내에서 ‘핫’한 뮤지션 6팀이 아름답게 무대를 꾸몄다.
 
공연 첫날 차에 열린 신스팝 밴드 처치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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