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으로 '인권과 실상' 문제 짚은 장강명 작가

신간 '팔과 다리의 가격'…출판사 아시아 '이 사람' 시리즈

입력 : 2018-08-01 오후 5:24:4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북한이탈주민 지성호씨의 이야기는 올해 초 전 세계에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 2월 두 차례에 걸쳐 그의 이름을 세계인들 앞에 호명하면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가리켜 "모든 인간의 자유 갈구를 말해주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탈북 인권운동가 지성호씨. 사진/뉴시스
 
지 씨는 1982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했다. 1996년 열차 사고로 한 손과 한 다리를 잃고 꽃제비 생활을 했다. 2006년 결국 목발을 짚고 북한을 탈출했다.
 
장강명 작가는 5년 전 기자시절 인터뷰로 그를 처음 만났다. 최근 출간된 '팔과 다리의 가격'이란 이름의 논픽션 한 권에서 그는 당시 못 다뤘던 이야기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작가는 1990년대 중반, 대기근으로 33만명이 숨진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때로 시계 태엽을 되감는다. 굶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 마을 사람이 굶주리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추락하는 인간의 존엄과 연결지어 묘사한다.
 
그 배경에서 지성호씨의 가혹했던 삶의 여정이 흘러간다.
 
1996년 3월7일 굶주린 소년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화물열차 앞에 나간다. 석탄을 훔치기 위해 기차에 뛰어오르려 했지만 너무 굶주린 나머지 발을 헛디디고 만다. 화물열차의 바퀴에 소년의 한 팔과 한 다리가 사라졌다.
 
그 후 꽃제비의 삶을 살던 그는 2006년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다. 중국과 라오스, 미얀마, 태국까지 1만여 킬로미터를 넘어 결국 한국에 당도하게 된다.
 
장강명 작가. 사진/뉴시스
 
책은 지성호씨와 고난의 행군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의 초점은 결국 북한의 인권과 실상으로 향하고 있다.
 
"아무 잘못 없이 비참하게 굶어 죽어야 했던 사람들의 비극에 대해 누군가 함께 슬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작가는 군대문화나 집단주의가 배어든 '사회'에 줄곧 의문을 품는다. 부조리한 면들과 부딪히면서 생겨나는 의문점을 성장, 발전시켜 소설을 집필한다. 이번 책도 지성호씨의 수기를 직접 받아 적은 데서 비롯됐지만 책은 북한 실상을 '더 나은 세상'의 견지에서 비판하는 데 주력한다.
 
"주요 배경이 되는 '고난의 행군'에 대해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책에 쓰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회의 정치·이념 지형에서 북한 문제는 진영 간 정쟁 소재로 소모되다가 갈피를 잃기 일쑤인데 이 책이 그런 길을 걷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팔과 다리의 가격'. 사진/출판사 아시아
 
책은 출판사 아시아가 지난해부터 '계간 아시아'에 실어온 '이 사람' 특집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현재까지 김민정 작가가 모델 '한현민'을, 정지아 작가가 한국 근대 최초의 여성소설가 '김명순'을 소재로 쓴 책 등이 나왔다. 원고지 400매 이하의 얇은 두께로 한 인물에 대해 깊게 알 수 있는 게 시리즈의 특징이다.
 
김형욱 출판사 아시아 편집장은 "자서전이라고 하면 흔히 거창하고 두꺼울 것이라 예상하는 데 인물에 관한 핵심만 짤막, 짤막하게 보여주고자 했다"며 "최근 출판계의 단행본 시리즈 열풍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들이 잘 아는 인물에 대해 루즈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리즈를 구상했다. 지성호씨에 관한 이야기도 장강명 작가가 5년 전부터 취재를 했고, 관련 글을 써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컨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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