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거인 ‘광장’ 최인훈 향년 84세로 별세

입력 : 2018-07-23 오후 2:53:0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소설 ‘광장’ 등으로 한국 문단의 지평을 넓힌 소설가 최인훈(사진)이 23일 오전 10시46분 대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살아낸 인물이다.
 
해방 이후 함경남도 원산에서 학교를 다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월남했고,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분단된 현실 속에서 내적 갈등을 하던 그는 6학기만 마치고 1956년 중퇴한다.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구락부전말기’와 ‘라울전’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이후 ‘9월의 다알리아’,’우상의 집’ 등 관념과 현실 대립구도를 틀로 하는 ‘최인훈식 소설’을 그려간다.
 
4.19 혁명 7개월 뒤인 1960년 11월에는 ‘새벽’지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남북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 소설이자 1960년대의 시대상을 면밀하게 반영한, 문학사의 새 지평을 연 시대작으로 평가 받는다.
 
당시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했다”며 “그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사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광장’ 이후로도 작가는 ‘회색인’, ‘서유기’, ‘총독의 소리’ 연작,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등의 대표작을 냈다. 각 작품들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구성과 자아와 현실에 대한 성찰적 메시지로 주목을 받았다.
 
고인의 작품은 해외서도 널리 알려져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회색인’은 영어로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는 영어, 러시아어로 번역됐고, ‘광장’은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됐다.
 
집필을 병행하며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퇴임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여사와 아들 윤구, 윤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영결식은 25일 아침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리며,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자영동 456 ‘자하연 일산’이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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