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의 민사소송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사법농단 사건 중 일제 기업 상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 일본 상대 위안부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 등 범죄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외교부 관련 부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소송 관련 문건 작성 관여 전·현직 판사 여러 명, 외교부 관련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달 1일 외교부 관련 부서 사무실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하고, 나머지를 모두 기각했다.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법원은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며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가 2016년 1월 작성한 '위안부 손배 판결 관련 보고'란 문건에는 배춘희씨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각하' 또는 '기각'으로 결론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일본 정부와 함께 위안부 합의를 발표한 이후 피해자들은 2016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동안 한 차례도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또 법원행정처가 2013년 9월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란 문건은 외교부의 부정적인 의견을 고려해 대법원이 판결을 연기한 정황을 담고 있다. 여운택씨 등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로 선고됐지만, 2015년 5월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후 2013년 파기환송심은 각각 1억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이후 진행되지 않던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 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6월5일 공개한 '(141203)전교조효력정지'란 문건에는 서울고법이 2014년 9월19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달 30일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황에서 사건 진행 방향 예측과 그에 따른 파급 효과 분석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건은 재항고 인용 여부와 시점 등에 따른 득실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후 서울고법의 인용 결정 후의 청와대의 입장을 '크게 불만을 표시', '비정상적 행태로 규정', '사법 관련 최대 현안으로 취급'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재항고가 기각되면 대법원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 등에 대한 견제·방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 후 재항고 기각은 양측에 모두 손해가 되고, 재항고 인용은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되면서 결정 시점은 대법원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선고기일 이전에 결정하는 것으로 검토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 등 17개 단체는 6월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청와대와의 정책 거래를 위해 키코 사건, 쌍용차 경영상 해고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전국철도노동조합 KTX 승무원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 개별 사건에 대한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