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속도·용량 제한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결국 구글이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와 크롬 등을 내세워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다. 그만큼 구글 서비스로 발생되는 트래픽이 상당하지만 구글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 망 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국내 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해당 국가 이통사에게만 망 사용료를 지불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사진/뉴시스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5일 "한국은 통신망이 잘 갖춰진데다 이통사들이 완전 무제한 요금제까지 출시해 마음 놓고 고용량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스타트업들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데 구글같은 거대 기업이 이를 회피하면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결국 구글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최근 출시한 완전 무제한 요금제는 말 그대로 속도와 사용하는 양의 제한이 없다. 기존 무제한 요금제는 매월 제공되는 일정 양의 데이터를 소진하면 저하된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상현실(VR) 기반의 게임을 제작하는 한 스타트업 임원은 "적어도 국내와 글로벌 기업들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은 돼야 한다"며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도록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망 사용료 체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받는 망 사용료가 콘텐츠 제작사에게 어떤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는지에 대해 현황부터 파악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망 사용료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네이버는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한데 연 7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지만 70%를 차지한 구글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며 "유튜브의 광고수익은 네이버보다 많은 4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인터넷 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는 4기 방통위의 주요과제”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도 얽힌 문제이므로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유튜브는 각종 시장 조사의 OTT 부분 점유율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시간은 2016년 3월 79분에서 올해 6월 289억분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통사들도 옥수수(SK텔레콤)·올레모바일(KT)·비디오포털(LG유플러스) 등을 내세웠지만 유튜브에 비해 점유율은 미미하다. 구글은 크롬을 앞세워 국내 모바일과 PC 웹 브라우저 시장도 장악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크롬은 최근 3년간 국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 점유율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크롬은 지난 7월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 점유율 55.22%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애플 사파리(24.73%)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설치된 스마트폰에는 크롬이 기본 탑재된다. 국내 모바일 OS는 안드로이드가 약 70%를 차지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