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사법농단 특별법' 위헌 소지 다분"

"혐의 아직 밝혀지기 전···기존 법 개정 우선 검토돼야"

입력 : 2018-08-06 오전 2:3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재야 법조계와 국회에서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진 가운데 법원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위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특별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관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률안' 등 법률안을 통해 사법농단 가해자들의 처벌과 재판거래 피해자들의 구제를 법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가해자들의 처벌을 위안 특별재판부 도입과 국민참여재판 의무화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일 있을 때마다 특별법 만들자는 말인가"
 
법원 내부에서도 특별법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의견이 없지 않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 시기상조라거나 또 제정 이전 개헌이나 관련법 개정 등 절차가 불가피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판사들이 많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사안에 특별법 도입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특별법 제정은)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할 상황이 걱정된다. 외국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우려를 불식할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판사는 “아직 혐의가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기소 이후 재판 관련 법에 대한 제정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특별재판부 도입과 국민참여재판 의무화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 공청회에 참가한 류영재 춘천지법 판사는 “특별법을 만들기로 하고 입법절차 밟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피고인이 될 법관들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또한 헌법이 인정하고 있다. 재가 절차에서 위헌 시비가 있을 수 있고 헌법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민간위 재판부 구성도 문제"
 
국회 공청회에서 제안된 특별법은 특별재판부를 판사 3명으로 구성하고, 이들은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미 개별사건과 독립해 법관을 배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원회가 재판부를 선정하는 것 자체에 의심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재판부와 피고인 등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될 때에만 재판부가 재배당됐지만, 배당에 관한 법 규정은 없어 특별재판부 도입 자체에 대한 위헌 소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인원에 판사가 아닌 법조인 등이 구성요건으로 정해질 경우 개헌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조직법 5조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을 판사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 내 19조에서는 재판관을 국회의원, 고등법원 이상 법관과 일반 사회인사로 구성하도록 한 전례가 있다.
 
"국민참여 재판 하려면 법 개정해야"
 
국민참여재판 의무화에 대해서도 위헌 시비 가능성과 법 개정 필요성이 강조됐다. 서울중앙지법형사부 소속 판사는 “국민참여재판법 5조에 따라 형사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을 동의할 경우에만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의무화 하기 위해서는 이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할 것인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국민참여재판 도입 당시 사법제도추진개혁위원회는 헌법 27조 1항에서 정하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를 우려해 국민참여재판의 신청주의를 채택했다. 류 판사 역시 “법원이 법원의 위헌적, 조직적 잘못에 대해 재판한다는 점만으로도 그 재판에 대한신뢰가 극히 낮아질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참여재판 의무화도 공감하는 바가 크다”면서도 “의무적 국민참여재판을 입법화할 경우 최종적 합헌 여부와 무관하게 위헌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안 마련에 참여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아직 법안이 완성된 것이 아니고 미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제기될 위헌 시비 등을 대비해 보완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최로 열린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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