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군무원의 정치적 의견 공표 처벌' 조항은 합헌"

"군의 정치관여 금지는 국민의 엄중한 결단"…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청구 기각

입력 : 2018-07-29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군형법도 ‘연설이나 문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한 군형법은 헌법에 위반되자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태하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이 군형법은 군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박탈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군 사이버사 부대원들에게 인터넷 댓글 등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행위를 지시했다가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단장이 “구 군형법 94조와 군형법 1조 3항 1호는 군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결정문에서 “군무원은 국군의 구성원으로서 군부대에서 근무하며 군인의 전투 수행을 지원하는 등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어 그 역할과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이러한 지위와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군무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질서와 규율을 요구받는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헌정사에서 군은 그 영향력을 행사해 장기간 정치에 개입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군의 정치 개입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지니고 있다”면서 “군무원이 개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한 것이 아니라, ‘그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경우에, 이를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심판대상조항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행위는 ‘군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 또는 그들의 정책이나 활동 등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견 등을 공표하는 행위로서 군조직의 질서와 규율을 무너뜨리거나 민주헌정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의견을 공표하는 행위’로 한정할 수 있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군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축소하고 있는 반면, 제한을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있는 점, 심판대상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헌법 5조 2항에 명문화된 국민의 결단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으로서 매우 엄중한 점 등에 비워볼 때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군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전 단장은 재임시절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대원들에게 인터넷 사이트와 SNS 등에 웹툰이나 동영상을 포함한 댓글을 작성하게 하거나 타인의 글을 리트윗하게 하는 방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그의 정첵에 찬성 의견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단장은 1심이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자 항소한 뒤 법원에 자신에 대한 처벌근거 법규인 구 군형법 94조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심은 일부 혐의을 무죄로 봐 징역 1년6월로 감형했지만, 대법원이 무죄로 인정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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