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발전을 이끈 사례는 없다” “전체 은행산업 은산분리 원칙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등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추혜선 의원은 “2017년 초 25년 만에 새로운 은행 설립이라며 출범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이 1년 만에 자본 확충이 어려워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고 한다. 혁신을 위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재벌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장차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중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올해 말 손익분기점 돌입이 예상될 만큼 잘해왔단 평가를 받는 카카오뱅크의 성공 이유는 자본확충이 아니라 단순대출제도와 단순인증 등 아이디어를 가계신용대출에 도입한 것”이라면서 “정말 사업모델이 괜찮으면 산업자본이 아니라도 금융자본이 다 들어가게 돼 있다. 자본확충은 은산분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을 봐도 인터넷은행이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발전을 이끈 사례는 없다.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재벌기업이 파이낸싱 수단으로 은행대출보다 주식발행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고, 산업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을 통해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금융혁신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는 잘못된 해법임을 주장했다.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장악 우려를 감수할 만큼 인터넷은행의 혁신 가능성이 큰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많았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주장의 문제점’을 발표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카카오뱅크의 혁신적 아이디어라면 비대면영업·간편대출이었는데, 결국 시중은행 송금거래 내역이 있으면 신용이 있다고 본 건 시중은행이 대면으로 해온 신원확인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카카오뱅크 여신업무는 가계신용대출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니 카카오뱅크가 이익을 봤다”면서 “그런 착시를 걷어내고 이게 은행의 문제인지 인터넷은행의 문제인지, 3.1% 저리대출을 시중은행은 몰라서 못 한 건지, 그게 금융혁신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정부여당 공약은 현행 은산분리 유지였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경제정책방향 자료 어디에도 없던 정책이 지난 6월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점검회의에서 갑자기 나왔다”며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내놨다.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도 “은행은 주주 뿐만 아니라 예금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에 은산분리를 완화하더라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 강화,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 보완장치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7일 진행된 ‘천만계좌의 예금, 재벌 금고로 들어가나 :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