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특성화고에서 웹디자인을 전공한 A씨(20)는 졸업 후 바로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업무를 맡게 됐고 업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야근은 물론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많았지만 이에 따른 수당은 없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저임금도 못 받거나 고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고용노동청이 A씨와 같이 노동권익을 침해 당하고 있는 특성화고 졸업생을 위한 사회적 보호망을 구축한다.
시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하반기 중으로 수립해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특히,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근무하는 사업장 정보를 관리하는 시교육청과 사업장 근로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고용노동청과 협업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그간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장시간 노동과 차별대우, 임금체불 같은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하더라도 학교의 보호 밖에 있어 노동인권을 보호받기 어려웠다.
시가 수립 중인 대책은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근로환경 개선(사업장)과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원스톱 권리구제(노동자) 두 가지가 핵심이다.
우선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가 시교육청으로부터 특성화고 졸업생 근로 사업장 리스트를 확보하고, 이들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노동법 상식과 안전지식 교육을 실시한다.
임금체불 같은 부당 노동행위가 적발된 사업장에는 시 마을노무사를 통해 무료 노무 컨설팅을 실시한다. 개선되지 않은 사업장에는 고용노동청을 통해 추가 근로감독이 이뤄지게 된다.
또 노동자들에게는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상담부터 권리구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대상별로 찾아가는 노동교육을 제공한다. 올해 5월 출범한 ‘전국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과도 협력해 직종·고용형태별 주요 노동법 지식과 활동가 양성, 권리구제 방안 등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지난 4월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취업 후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강제 장시간노동’(24%)을 꼽았고, 이어 고졸이어서 받는 차별과 무시(23%), 연장노동에 대한 수당 미지급(18%) 순으로 답했다.
아울러 9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는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성화고 졸업생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권익 증진 대책 마련 토론회’를 개최한다.
시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재 수립 중인 계획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근로실태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질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 부당노동행위와 차별을 겪는 이들의 노동권익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동세무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 노동교육에서 청소년 노동권리수첩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