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경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차별과 대우를 받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9일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노동권익 증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이은아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은 그간 특성화고 졸업생으로서 겪어야 했던 부당함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경력조차 없는 특성화고 취업자 혹은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식자리에서도 ‘너희들 뽑기 싫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거나 고졸이라고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공과 관계없는 업무배치, 스스럼없이 일삼는 성희롱·성추행 등 정상적인 회사에서라면 겪기 어려운 불합리한 차별도 견뎌야 했다.
이 위원장은 그중에서도 장시간 노동과 임금차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간호조무사를 준비했던 한 조합원은 고졸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70% 정도밖에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례를 설명했다.
실제로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취업 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강제야근과 특근 등 장시간노동(24%)을 꼽았다. 이어 차별과 무시(23%), 연장노동에 대한 수당없음(18%), 성추행·성희롱(12%), 임금체불(10%), 최저임금 미달 월급(9%) 등이 뒤를 이었다.
◇학생도 만족 못하는 열악한 노동교육환경
지난해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현장실습생 홍모양을 비롯해 제주의 한 음료제조업체 공장에서 실습 중이던 김군이 잇따라 사망했지만 학생들의 근로환경은 특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근로환경의 변화와 함께 이들에 대한 노동인권 교육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이를 뒷받침할만한 환경조성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소영 서울노동권익센터 교육홍보팀장은 가장 시급한 개선 사안으로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 역시 노동인권교육의 가장 큰 부정요소로 교육환경을 꼽고 있다. 2018년 특성화고등학교 노동인권교육 평가자료에 따르면 노동인권 교육을 수강한 학생들은 ▲교육내용 ▲교육콘텐츠 ▲강사 ▲교육환경 ▲전반적인 사항 등 5가지 항목 중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교육환경을 선택했다.
홍 팀장은 “학교 기자재가 낡아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중간중간 고장도 난다”며 “학생들은 집중할 수 없는 교육환경에 불만을 표시했고, 이는 교육 불만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 과정이나 교육 방식에 있어 교육 당사자인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세심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노동권익 증진 종합대책 마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현재 시와 교육청, 고용노동청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공동 대책을 추진 중이다. 시의 경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산업정보학교 등 서울 시내 80개 학교를 대상으로 노동 인권 보호 교육을 시행하고, 핫라인 120다산콜을 통합 운영해 노동법 상담과 법익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시는 늦어도 올해 안에 특성화고 졸업생들을 위한 노동인권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당사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강하게 주창하면 아주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교육청, 노동청과 힘을 합쳐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 역시 교육청 차원의 대대적인 노동인권 강화를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이렇게 가혹하고 천박하게 대하는 건 우리 사회의 민낯”이라며 “특성화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습 받고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노동권익 증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