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 사과 후 1년여간 가습기살균제 사태 피해보상이 확대됐지만 풀리지 않는 난제도 있다. 제품 피해 인과관계(PHMG, PGH 성분 함유)가 밝혀진 옥시를 비롯해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의 보상처리는 비교적 진도가 나갔다. 반면 인과 불명(CMIT, MIT)인 다른 기업들은 보상은 물론 사과도 없다. 이들 제품 사용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사실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해당 기업으로부터는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대표적 사례가 ‘가습기메이트(상품명)’다.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했다. 아직 CMIT, MIT 성분 유해성 실험이 진행 중이라 보상책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같은 성분을 사용한 이마트, SK이노베이션, GS리테일·퓨앤코, 다이소아성산업·산도깨비도 마찬가지인데, 그 중에서도 가습기메이트는 유일하게 1·2단계 단독(가습기메이트만 사용) 피해자가 존재한다. 1단계 4명, 2단계 6명 총 10명이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폐질환, 폐섬유화 등 중증피해를 인정받은 경우다. 정부는 이들에게 당시 병원비 등을 지원했으나 가족이 사망에 이르는 등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는 힘들다. 천식 등 비교적 증상이 약해 정부 지원금조차 못받은 3·4단계 피해자들도 수두룩하다. 이또한 가습기메이트 단독 피해자가 228명으로 가장 많다.
기업 측은 도의적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법적책임 문제는 처벌 등으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사과나 보상에 대한 언급조차 조심스럽다. 그러면서 정부가 인과관계 실험 결론을 어서 빨리 내려주길 바란다. 한 관계자는 “결론이 나야 결과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텐데 제대로 입장 발표도 못하고 보상은 물론 피해자를 만나는 것조차 불순한 의도로 의심받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2012년 질병관리본부는 CMIT 및 MIT의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환경부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실험에서도 결론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비공식적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결론이 나면 기업에는 도의적 책임만 남는다. 하지만 정부에는 해당 제품만 쓴 사용자의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물증을 밝히지 못한 책임이 따른다. 환경부는 이런 사회적 반발을 의식해 실험방식을 바꿔 2차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이쯤되자 피해자들은 정부가 독성실험 자체에 소극적이라는 의심을 보낸다. CMIT나 MIT 물질은 다른 생활용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돼 실험결과에 따른 파장이 커 주저한다는 시각이다. 피해자들은 정부에 적극성을 요구하면서 DDAC 성분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피해자들이 환경부에 거듭 요청했으나 주 성분 실험을 이유로 DDAC는 논의 중이란 답변만 들었다. 한 피해자 가족은 “DDAC가 폐섬유화와 연관성이 있는데 섬유탈취제에도 들어가 논란이 됐지만 코나 폐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는 식으로 무마됐다”며 “그런데 가습기살균제는 바로 흡입할 수밖에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이어 “‘인체에 무해하다’, 심지어 ‘산림욕 효과’ 등으로 홍보했던 당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정부가 인증, 판매 허가해 줘 놓고 기업과 개인간 문제로만 치부하는 발뺌도 보인다”며 “일부 성분만으로 쥐실험을 하면서 무해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기업 봐주기식 조사”라고 비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