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폭염 고지서'에 무너진 대통령 지지율

입력 : 2018-08-14 오전 6:00:00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8월 중순이지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국민들이 많다. 역사적인 폭염 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다. 기상 관측을 시작한 후로 가장 더웠다는 1994년의 기록적인 무더위도 올해 가마솥더위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다. 문제는 지속되는 폭염 경보와 열대야에 그치지 않는다. 유례없는 더위로 온열환자는 이미 수천 명에 달하고 사망자만 수십 명이라고 한다. 재난 수준이다. 날씨가 이렇다보니 여름철 2~3시간 정도 에어컨을 켜두는 집들도 24시간 내내 가동을 해야 할 판이다. 더위를 단순히 못 견뎌서가 아니라 심각할 수준으로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하루 10시간 이상 에어컨을 트는 가정이 속출하고 에어컨 바람이 있어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는 상태다. 그래서 폭염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달 각 가정으로 전해질 전기료 고지서다. 보통은 몇만원 정도에 불과할 전기 요금이 폭염에 내내 시달린 7월과 8월은 수십만원에 달하다고 한다. 가뜩이나 가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폭염보다 ‘폭염 고지서’가 더 무섭다고 아우성이다.
 
8월초 휴가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7~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긍정 평가는 58%로 나타났다.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지만 불과 몇 달 전 80%대의 고공지지율에서 큰 폭으로 내려왔다. 남북 정상회담 직후 취임 1주년이 되는 시점의 조사에서 지지율은 83%였다. 세 달 만에 25%포인트나 하락했다. 게다가 지방선거 승리와 북미 정상회담 직후 고점을 찍은 이후 지지율은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경제와 북한 그리고 공공개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파격적인 소통과 탈 권위 행보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은 지지율에 화룡점정이었다. 지난 대선 기간동안 안보 문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공격받았던 문 대통령은 감동적인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며 국민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지난 지방선거는 사실상 문 대통령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렇지만 7월과 8월 들어서 지지율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미끄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민생이다.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평창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지방선거에 가려져 있었지만 국민들은 힘든 살림살이에 지쳐있었다. 경제 성장률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고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일자리는 언제 늘어날지 기대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최저임금 시행으로 고통 받는 자영업은 이미 황금 상권마저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층의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안정을 추구하는 가정주부층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직후와 천양지차인 모양새다. 민생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입 외제차인 BMW의 불량 화재 사고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데도 주무 부처는 수수방관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추락하는 지지율에 날개가 없다. 대통령 지지율에 결정적 일격을 가한 원인은 ‘폭염 고지서’다. 휴가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야심차게 누진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난 수준인 폭염에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시원한 소나기처럼 반가운 뉴스였다. 그러나 관련 부처가 발표한 경감 대책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마음껏 에어컨을 틀도록 안내하고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을 신속하게 발표한 일본 정부보다 못한 결정으로 비판받았다. 여름철 전기료는 이제 예민한 문제가 되었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이겨낼 장사는 없다.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틀고 있는 에어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높은 대통령 지지율의 출발은 소통이었다. 더위로 힘들어하고 ‘폭탄 고지서’로 더 괴로워하는 국민들의 처지를 모른다는 반응의 결과가 뚝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다. 대통령은 ‘냉방복지’를 내걸었지만 국민들의 응답은 냉랭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외침이다. 누진제 완화 대책이 판단 착오였다면 고치면 될 일이다. ‘폭염 고지서’보다 더 무서운 건 떨어진 지지율이 아니라 민심을 읽지 못하는 국정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jcbae@rand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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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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