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특검', 누가 책임질 것인가②) 드루킹에게 끌려다닌 60일

드루킹 진술 의존·출판사 사무실 증거 입수 등 오점 남아

입력 : 2018-08-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간 기소된 드루킹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진행한 부분 등은 이번 특검 수사의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김 지사 구속영장 대부분이 드루킹 진술 의존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영장의 청구서 내용 대부분은 드루킹 김씨의 진술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김씨의 진술을 그야말로 짜깁기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와 김씨의 공모에 대한 부분은 A4 8매 분량의 청구서 가운데에서 두 줄에 불과하다.
 
‘경제적공진화모임 사무실을 방문해 킹크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시연을 참관한 후 김동원에게 킹크랩 개발 및 운용을 허락했다’ '김동원과 함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일반인들이 많이 열람한 것으로 분류되는 기사 댓글 순위를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에 따라 조작하기로 했다'가 그것이다. 김씨 범죄 사실 역시 이미 김씨를 기소한 검찰 공소장 내용과 중복된다.
 
드루킹 진술 번복으로 특검 계획 차질
 
김 지사가 당시 킹크랩 시연회에서 구동을 보고 김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용을 승인했다는 진술이었지만 김 씨는 이마저도 앞서 회원들이 나가고 독대하는 자리에서 킹크랩을 설명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시연회에서 김 지사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 또한 바뀌면서 해당 내용이 영장 청구서에서 제외됐고 이로써 김 지사의 드루킹과의 공범 증명에 힘이 빠졌다.
 
당초 특검팀은 드루킹의 진술과 일지를 토대로 지난해 김 지사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하던 김씨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하며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대질신문에서 김씨가 당시 장소 등 진술을 번복하면서 공직선거법 혐의를 제외했다. 범죄 소명을 위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에게 적용하려던 혐의는 축소돼 결국 업무방해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마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각됐다.
 
느릅나무출판사 내 휴대폰·유심칩에도 의문점
 
증거 입수에서도 어김없이 실책이 드러났다. 입수 과정에 아직도 의문이 남는 것은 특검팀이 지난달 10일 경기도 파주 소개 느릅나무출판사 현장조사 때 쓰레기더미에서 확보한 21대의 휴대폰과 유심칩 53개다. 경찰이 앞서 두 번의 압수수색을 벌였고, 경공모 회원이나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지 않아 증거물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됐음에도 특검은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압수수색 영장 없이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확보한 것에 대해 적법성 문제가 제기됐다. 휴대전화 및 유심칩이 경공모 회원 소유였는 지 확인이 불가능했고, 출판사 CCTV도 경찰 압수수색 당시 압류돼 3개월 간 출입 인원을 특정할 수도 없었다. 영장 없이 압수한 물품이 유류품이라거나 타인이 보관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소송법 218조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에 한해서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특검법 제정 취지 부합 못해 
 
법조계에서도 이번 특검팀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법의 입법 취지가 드루킹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법 제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대규모 댓글 사태에 어느 정도 김씨 등이 관여했는지와, 애초 사건을 맡았던 경찰의 은폐·미흡 수사를 규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5월 29일 제정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검 수사대상은 드루킹 등의 불법 여론조작행위와 불법자금 관련 행위 등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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