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최근 아침저녁으로 샤워할 때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에 한숨이 절로 나는 중이다. 최근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으니까 그런 거라고, 아직 젊으니 괜찮을 거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머리숱이 휑한 할아버지과 아버지를 보니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여기에 최근 국내 탈모환자가 1000만명에 이르렀다는 뉴스도 들린다. 때때로 아버지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탈모는 소위 '대머리'가 되지 않도록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가 존재할 만큼 엄연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평소 건강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수치심이 크게 느껴져 병원을 쉽사리 찾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머리와 탈모에 대한 다양한 속설들도 생겨났다. 불필요한 걱정과 잘못된 모발관리를 피하려면 관련 지식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는 크게 네 종류로 나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은 '남성형 탈모'로 불리는 안드로겐 탈모다. 갑상선 이상에 따른 탈모나 원형 탈모, 급성 탈모 등에 비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안드로겐성 탈모증이 남성형 탈모로 불리는 이유는 주로 남성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 역시 남성호르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반드시 남성에게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머리를 지닌 여성들도 평소 머리를 꽉 조여 묶거나, 머리를 덜 말리는 등의 습관 탓에 두피가 악화되면 눈에 띄는 탈모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남성형 탈모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분명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선대가 대머리라고 해서 본인도 100%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머리가 유전학적 우성인자로 분류되는 만큼 가능성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이 탈모에 주는 영향은 8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과 남성 호르몬 외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두피열, 음주 및 흡연으로 인한 순환저하, 좋지 않은 식습관에 의한 노폐물 축적 등의 후천적 요인도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탈모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은 불규칙한 생활 습관이 탈모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근거가 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탈모를 100% 멈출 수 있는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그나마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형 탈모 발생빈도가 낮은 편이라는 게 위안이다. 때문에 탈모를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는 치료제가 최선이다.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는 좋으며, 경우에 따라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탈모 치료제 시장은 도포하는 방식의 미녹시딜과 경구약인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제제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연간 4조원 규모에 이른다.
탈모와 관련된 대표적 속설로는 '대머리는 정력이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남성형 탈모가 남성호르몬 영향을 받는 데서 기인한, 전혀 근거 없는 속설이다. 자극을 주면 머리가 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두피를 쉴 새 없이 자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혈액순환을 도울 뿐 머리가 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두드리면 두피 각질이 두꺼워져 탈모를 부추길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이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80%로 높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