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직 부장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사법농단 수사 중 영장수사기록에 포함된 법원 관련 수사기밀들을 누설한 부분 등의 수사를 위해 나모 전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의 현 대구지법 포항지원 사무실, 전 서울서부지법 직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23일 밝혔다.
나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기획법관으로 근무할 당시 영장전담 판사들로부터 알게 된 영장수사기록 등 수사 진행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나 부장판사 외에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를 맡았던 신모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여러 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모두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이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처장에게 송부한 범죄 혐의 관련 보고서를 취득해 가지고 있으므로 압수수색을 통해 그 이상의 어떠한 증거자료를 취득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피의자의 진술 등에 의한 소명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신 부장판사가 임 전 처장에게 영장전담 판사들을 통해 지득한 수사 진행 상황을 전달한 것이 공무상 비밀의 누설이라고 보는 것에 의문이 있다", "(그 장소에) 혐의 사실을 입증을 위한 자료가 존재한다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등을 기각 사유로 밝혔다.
이에 검찰은 "신 부장판사와 사실상 같은 혐의의 나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신 부장판사와 달리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고, 신 부장판사뿐만 아니라 나 부장판사의 임 전 처장에 대한 보고서도 마찬가지로 확보된 상태이므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날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으로 근무할 당시 임 전 차장 등의 지시를 받아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소모임인 '인사모' 등 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견제 또는 압박을 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의혹을 담은 파일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김모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를 피의자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제1기획심의관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2월 본인이 업무상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 2만4500여개의 파일을 삭제하는 등 공용물손상 혐의를 받는다.
또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단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평의 내용 등을 유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서울고법에 있는 이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주거지, 서울중앙지법에 있는 최모 전 헌법재판소 파견 부장판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22일 최 부장판사를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는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서울고법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별관에서 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