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브라질과 터키 등 신흥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8일 발표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한국 경제 및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올 하반기 2차례 금리를 올리고 내년 상반기에도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상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미·중 통상 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우려되지만, 금리 인상은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성명서를 통해 "경제활동과 고용시장 등 경제 지표는 추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긴축 의지를 재확인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직접적 여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보고서는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됐지만 한국의 외국인 자본 유출은 제한적이었다"며 "신흥국 역시 세계경제 및 무역 호조, 전년 대비 높은 원자재 가격 등에 힘입어 직접적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효과가 예상된다. 1차적로는 한국의 원화가치 하락을 야기해 수출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미국의 경기 상황이 호전된 것 역시 수출 전망에는 유리하겠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증가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동시에 신흥시장의 경기 침체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신흥시장으로부터 미국으로 자본이 회귀하면서 신흥국 경제의 외환 불안과 채무부담 가중 등 경기 둔화와 디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미국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특정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다른 국가로 전이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수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시장 다변화로 신흥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신흥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은 1725억달러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57.3%에서 0.7%포인트 늘었다. 이 중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들이 취약국으로 꼽은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로의 수출은 대체로 5% 내외의 감소세를 보였다. 터키로의 수출만 22.7% 늘었을 뿐이다. 품목별로는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전반적인 위축세를 나타냈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적자이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수준이 높은 신흥 수출시장에 대해서는 주문 취소와 감소, 재고 처리 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변화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부채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환변동보험 등을 활용해 환리스크를 헷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