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독감 예방접종 시즌 임박에 각 사별 백신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에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올해 대세로 떠오른 4가 백신 부문에서 한 발 앞서 있는 가운데 물량에서 우위를 보이는 토종백신들도 기술추격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시즌을 앞두고 국내외 주요 백신 공급사들이 물량 확보와 경쟁력 부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발생에 따라 매 시즌 25만~50만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이다. 해마다전 세계 300만~500만건의 중증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전 세계 공중보건 주요 이슈 중 하나다. 국내를 포함한 북반구 국가들의 독감 유행 시기는 10월~4월로 9월이 본격적인 예방접종 시기로 꼽힌다.
독감백신은 바이러스의 변이가 잦아 항원 및 생태적 변화에 따라 매년 조합을 새로 구성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겨울마다 다음 시즌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를 선별,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해당년도 판매하지 못한 생산분을 폐기처분 해야 하는 독감백신 특성상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품질이 백신 경쟁력의 관건이다.
연간 약 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GC녹십자가 점유율 1위를, SK바이오사언스가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4가백신(예방 가능한 바이러스 수가 4개인 백신)에선 다국적제약사인 사노피파스퇴르와 GSK가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다.
올 시즌 국내 독감백신 국가출하승인 규모는 2500만도즈(1도즈=1명 접종분량) 수준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국가출하승인이 신청된 독감백신은 사노피파스퇴르, GSK 2개 다국적 제약사와 GC녹십자, SK바이오사언스로 대표되는 국내 8개 업체 등 총 10개 기업의 2200만도즈 정도다.
하지만 토종 독감백신들이 3세 이상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허가 획득에 그친 반면, 사노피파스퇴르와 GSK는 3세 미만(만 6개월 이상)을 대상으로도 적응증을 획득한 상태다. GSK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후 6개월 이상 전 연령에게 가능한 4가백신을 허가받았고, 사노피도 지난해 6월 생후 36개월 이상 연령 접종을 허가 받아 출시한 뒤 올해 6월 6개월 이상 전 연령대로 적응증 허가를 확대했다. 다년간의 다국적 임상을 통해 3가백신 대비 높은 예방률 수치도 얻어냈다. 국내사의 경우 GC녹십자는 지난 2분기 해당 연령대를 적응증으로 한 허가 신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한 상태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독감백신 무게중심이 기존 3가에서 4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쟁력에 무게를 싣는 요소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출하승인된 3가 백신은 1000만도즈로 전년 대비 200만도즈 가량 감소한 반면, 4가 백신은 300만도즈 늘어난 1200만도즈를 기록했다. 4가백신 공급량이 3가백신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특히 영유아와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유아에게 접종 가능한 백신시장을 선점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입지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올해 900만도즈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GC녹십자와 지난해와 비슷한 530만도즈 내외를 공급할 것으로 보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전체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물량에선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4가백신 허가 측면에선 추격하는 입장이다. 국내사들이 공급물량의 절반 이상을 3가백신으로 채운데 반해, 60% 가량을 4가백신으로 대체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중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유아의 경우 3가백신 무료접종 대상인 만큼 굳이 돈을 내가면서 다국적 제약사의 4가백신을 고집할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4가백신이 3가백신에 비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선 국내사들이 추격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독감 예방접종 시즌 임박에 각 사별 백신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에 독감백신을 공급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올해 대세로 떠오른 4가 백신 부문에서 한 발 앞서 있는 가운데 물량에서 우위를 보이는 토종백신들이 기술추격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