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신종감염병 증가에 신규 백신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고위험군 지역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8일 리차드 하쳇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CEO는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 2018'의 백신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선진국의 급격한 도시화, 개도국의 빈곤 심화 등 다양한 환경 급변과 더불어 식품으로 활용되기 위한 동물들의 빈번한 국경 이동에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은 이 가운데 통계적으로 높은 위험도를 보이는 지역에 속한다"고 말했다.
하쳇 CEO가 언급한 급격한 환경 변화와 더불어 잦은 항생제 사용에 따른 내성 증가는 슈퍼박테리아 및 신종전염병의 등장으로 이어지며 최근 전세계 보건산업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연간 약 7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오는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신규 백신개발이 대안이지만 난이도가 높다는 게 문제다. 백신은 일반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 시간 및 자원이 많이 소요되는 분야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자체 백신보다는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외부 백신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가 차원의 백신주권 확립 지원사업에 힘이 실리면서 지난 2014년 32% 수준에 불과했던 자급률은 지난해 50%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오는 2022년 자급률 목표는 80%다. 다만 낮은 보험 약가와 까다로운 규제는 시장 활성화 및 개발 촉진에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같은 국내 현실을 고려해 이날 하쳇 CEO는 국내 자체적 해결보다는 전세계적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쳇은 "전염병 신규 백신의 경우 개발에 100억달러(약 11조2180억원) 이상이 들고, 개발 기간도 길어 신종 전염병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백신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국 규제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 CEIP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백신포럼은 한국의 백신개발과 정책에 관한 WHO 제언을 비롯해 신종감염병에 대비한 새로운 백신 개발 현황 및 미래 백신 허가를 위한 규제 변화 등을 논의하는 '백신 개발 전략' 외에 백신의 품질 및 허가 후 안정성 연구와 사례를 중심으로 한 '백신 전주기 관리'로 나뉘어 구성됐다.
리차드 하쳇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CEO가 2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바이오컨퍼런스 2018'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