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차 남북 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10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를 만나 대북 특별사절단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지난 5일 특사단 일원으로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서 원장은 아베 총리에게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재확인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계속 견인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한, 미북 간 대화·협력은 물론 일북 간 소통과 관계개선이 조화롭게 병행될 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정세변화 속 일본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서 원장에게 “남북·미북 정상 간 소통이 이뤄지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제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답했다. 서 원장은 면담 후 기자들을 만나 “아베 총리가 이제는 직접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 일원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 원장을 각각 중국·일본에 파견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내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변국과의 조율을 통해 연내 종전선언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포함된 ‘4자 종전선언’ 필요성을 피력하는 가운데 양제츠 중앙정치국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정 실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총회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의 획기적 해결을 위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의 책임있는 당사국임을 자처하는 중국은 북한 정권수립(9·9절)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함은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후 한동안 냉각기가 지속된 북미관계가 개선될지도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키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북한으로부터의 매우 크고 긍정적인 성명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주로 경제문제를 언급한 점을 들며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기 위해 핵·미사일을 (열병식에서) 제외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폭스뉴스 보도도 인용했다.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메시지는) 2020년 11월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향후 북한 비핵화와 대북 보상에 대한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10일 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비건 대표는 11일 오전 외교부를 공식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만날 예정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0일 일본 도쿄 일본 총리공관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예방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