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을 두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강도높은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공통적으로 실제 세 부담이 증가하는 내년 이후와 공급 대책에 따른 주택 물량 공급 추이를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들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뉘었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다른 투자처를 모색하고 이를 실행할지 여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뉴스토마토는 13일 정부 대책 발표 후 부동산 전문가 4인에 이번 정책 평가와 시장 전망 관련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굉장히 강도 높은 방안"이라면서도 "이번 안에 따른 종부세가 내년에 부과되는 만큼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종부세와 양도세 그리고 금리와 대출규제 등 종합처방의 고강도 규제인 것은 분명하다"며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혜택 요건을 강화하고 종부세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라고 꼽았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임대사업자 대출과 세제 혜택을 줄인 것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지원센터 부장은 "대출 규제와 종부세 강화 모두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라며 "추격 매수 수요가 줄어들것이 분명해 호가가 조정되고 시장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부장은 "과연 집값이 떨어질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의문"이라며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종부세 합산 배제되는 효과를 그대로 가져갈 것이고 당장 세금 폭탄을 맞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전망에 대해 권 교수는 "올해 하반기는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21일 공급 대책 내용에 따라 시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이 많다면 시장이 안정화 되겠지만 문제는 120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유동자금"이라며 이들 자금의 투자처 이동이 중요한 변수라고 꼬집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서울과 수도권은 경계심리가 작동하면서 상승세 둔화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적어도 단기 약세는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어 "추석을 고비로 둔화 국면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나 장기적 안정세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수요자들의 안전자산선호심리가 작동하면서 기존 매매시장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규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부장은 "상황을 관망하는 세력이 많을 것이므로 내년 이후에나 가격 안정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제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급락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뿐 더러 중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이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여기에 권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조세정책에 너무 치중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조세로 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조세 규제는 나중에 시장 가격이 하락할 때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시장 과열 현상을 공급과 수요, 그리고 재정 정책 등으로 풀어야지 일방적 조세 정책으로는 근본적 해법을 강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강도 높은 대책은 맞는데 최근 과열 양상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단순히 종부세 대상을 늘리고 세율을 올린다 해서 시장이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단기적으로 조금 조정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세수 확보 대책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권대경·조용훈 기자 kwon2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