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청약통장을 사들여 당첨분양권에 웃돈을 얹어 팔거나 투자정보 컨설팅을 내세워 분양권 불법 전매를 알선한 부동산시장 교란사범 60명이 무더기로 형사입건됐다.
서울시는 부동산 불법행위 전담수사팀 1차 중간 수사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권한을 부여받아 전국 최초로 전담팀을 꾸린 이래 첫 결실이다. 이번에 입건된 부동산시장 교란사범을 살펴보면 많게는 수천만원대 청약통장 불법거래를 중개한 브로커부터 수수료 나눠먹기 수법으로 불법 중개사무소를 운영한 기획부동산업자, 아파트 특별공급에 부정 당첨된 위장전입자까지 다양한 형태가 포함됐다.
이번에 적발된 청약통장 불법 브로커들은 주택가 주변 전봇대 등에 ‘청약통장 삽니다’라고 적힌 전단지를 붙여 버젓이 광고를 하고, 전단지를 보고 연락한 사람의 청약조건을 따져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 신혼부부, 다자녀, 노부모 부양자 등을 주로 노렸다. 가점에 따라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사무실 없이 대포폰, 대포통장 등으로 거래함으로써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브로커를 통해 청약통장을 구입한 경우 청약신청을 한 후 실제 당첨된 아파트에는 고액의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청약통장 거래는 양도자·양수자·알선자는 물론 양도·양수 또는 이를 알선할 목적으로 광고한 자 등이 모두 처벌대상으로, 주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 거래된 청약통장으로 청약해 당첨되더라도 해당 계약이 취소되거나, 최장 10년까지 청약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또 회원 수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유명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투자정보 제공을 핑계로 1:1 상담과정에서 은밀하게 분양권 불법 거래를 알선한 부동산 강사도 적발됐다. 유명 부동산 강사 A씨는 부동산 컨설팅을 내세워 강의를 진행하고, 특별회원의 경우 분양권을 당첨받을 때까지 투자정보를 제공해 1:1 상담을 하는 방식으로 불법 거래를 알선했다.
A씨는 자신의 범행사실을 숨기기 위해 분양권 전매가 적발된 자에게 단속부서에 자신이 알선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부동산 실거래가를 거짓신고해 부과된 과태료를 대납한 사실도 밝혀졌다. A씨는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피의자의 사무실에서 압수한 은행계좌와 계약서 등에서 추가로 분양권 불법 전매 혐의자들을 확인했다.
공인중개사가 중개사무소를 연 뒤 다수의 중개보조원을 고용해 무등록 중개행위를 하거나 공인중개사 자격을 대여하는 식으로 ‘수수료 나눠먹기식’ 영업을 한 공인중개사 2명과 중개보조원 9명도 적발했다. 무자격자인 중개보조원들이 중개한 계약은 108건에 달하며, 거래실적을 더 올리기 위해 중개보조원들이 직접 인터넷 카페 등에 약 1100건의 불법 매물광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서울의 한 아파트를 다자녀 가구로 특별공급 받고자 주소지를 서울로 이전하고 당첨 이후 다시 지방으로 주소를 옮기는 방법으로 위장전입해 부정하게 당첨된 사람도 이번 수사에서 적발했다. 서울시는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자들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무기한 시행할 방침이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자치구 등과 긴밀히 협조해 청약통장 불법 거래, 전매 제한기간 분양권 전매, 투기를 조장하는 기획부동산 등 부동산 시장 교란사범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올 3월 서울 관악구의 한 전봇대에서 발견된 청약통장 불법 거래 광고전단지.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