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왼쪽으로. 앞에 물살이 높은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안전띠를 착용한 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자 바다 물살이 펼쳐졌다. 웨이크보드가 빠른 속도로 출발했다. 넘실대는 파도위로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 인공 바람도 불어왔다. 파도가 위로 솟구치자 온몸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2분간 바다 위를 건너는 짜릿한 느낌이었다.
13일부터 16일까지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문화콘텐츠 전시회 '2018 광주 ACE Fair'에서는 가상현실(VR)을 체험하려는 관람객들로 각 부스가 붐볐다. 현대미디어가 전시한 'EXTREME 국가대표 시리즈'는 웨이크보드를 VR 콘텐츠로 구현해 주목을 받았다. 웨이크보드 윤상현 선수가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만들어 실제 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웨이크보드뿐 아니라 오토바이 경기인 모토크로스도 VR 콘텐츠로 구현해냈다. 향후 VR 공포 스릴러 콘텐츠를 만들어 연내 콘텐츠 확대에도 나설 예정이다.
관람객들이 현대미디어 EXTREME 국가대표 시리즈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이지은 기자
전자부품연구원이 전시한 정신건강 VR 콘텐츠도 주목을 받았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스틱을 쥔 다음 드럼을 연주하는 형식이다. 반복되는 드럼 연주를 통해 뇌의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VR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험형 이벤트를 선보였지만 VR을 통해 의료용 시장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도 했다. 우울증 환자가 가상 공연 체험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 증상이 개선됐으며, 어르신들의 인지능력 향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VR 안전지대 영상을 활용해 몰입감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강현실(AR) 기반 체험형 콘텐츠도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았다. 티엘인더스트리가 전시한 스크린 배드민턴 체험관 '스매싱피더'에는 배드민턴을 즐기려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인도, 필리핀 바이어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임의대로 속도와 방향을 설정해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캐릭터와 배드민턴 대결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화기술공동홍보관을 구성해 홀로그램 및 AR 글라스를 선보였다.
티엘인더스트리가 전시한 스크린 배드민턴 체험관 '스매싱피더'에서 학생들이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광주 ACE Fair는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했다. 올해는 32개국 400개사가 660개의 부스를 꾸렸다. 캐릭터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과 맞물려 미래 콘텐츠로 불리던 VR, AR이 주연자리를 꿰찼다. 체험형 콘텐츠로 거듭나면서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전시회 보다 관람객과 콘텐츠 계약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영향력 있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통계를 보면 지난해 관람객은 5만4553명으로 성장을 멈추고 2016년 대비 18% 감소했다. 해외 바이어도 200명 수준에 그쳤다. 다만 수출 상담액은 3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00만달러 늘어났다. 이광이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업본부장은 "지리적 접근 한계로 관람객이 늘어나는 것은 제한적인 상황이지만, 수출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ACE Fair가 콘텐츠 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영향력있는 B2B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체험형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은 상황이고, 중국과 태국 B2B 고객을 중심으로 반응도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 이유로 지목됐다. 이 본부장은 "전년 대비 10% 이상의 수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문화콘텐츠 사업의 융복합화 추세에 따라 전시품목을 보다 다양하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