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권 노사가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산별교섭에 최종 합의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들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는 오는 18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산별교섭 조인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조인식에는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올해 산별교섭 대표단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부산은행, 한국감정원 등 5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지난달 말 잠정합의에 성공한대로 올해 임금인상률 2.6%,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 1년 연장,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점심시간 1시간 보장 등에 최종 합의한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 최종 합의하는데 성공하면서 각 은행별 노사 역시 본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현재 은행 중에서는
기업은행(024110)과 부산은행이 주 52시간 근무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000030) 노사의 경우 시중은행 중 최초로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합의하며 다음달 본격 시행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각 은행마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을 준비해온 만큼 산별교섭 최종 합의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도입하는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이 각각 노사 공동 TF를 통해 조기 도입에 대해 논의해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옛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인사 제도 통합을 위한 노사 TF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우리·KEB하나은행에 비해서는 도입 시기가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국민·신한은행 모두 사측의 TF를 통해 조기 도입을 준비해왔으나 노조와의 논의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의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특수직군에 대한 적용 여부가 조기 도입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교섭에서 정보기술(IT) 등 특수 직군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각 은행 노사가 특수직군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여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다음달 도입을 앞둔 우리은행의 경우 직군 구분없이 전 직원에 대해 적용키로 한 상태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는 만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라며 "특수직군에 대한 적용 여부와 인력 충원 대책 등이 결정되면 조기 도입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오른쪽)과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말 '주 52시간 조기 도입을 위한 노사 공동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