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문 대통령 마중나온 김정은…양 정상, 무개차 올라 평양시내 카퍼레이드

북한주민들, 한반도기 들고 크게 환영…김영남과 사전회담 없이 바로 정상회담 돌입

입력 : 2018-09-18 오후 4:11:48
[평양 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참석차 18일 평양 순안공항을 통해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나와 마중했다. 이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때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평양 순안공항 건물 내에 머무르고 있던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가 도착한 직후인 오전 10시7분쯤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 옆에는 부인 리설주 여사가 동행했으며, 두 사람은 국내공항 출발구에서부터 비행기 앞까지 함께 걸어왔다. 2000·2007년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혼자 나와 우리 측 대통령을 맞이했다.
 
오전 10시9분 비행기에서 내려온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리 여사와 각각 인사를 나누고 밝은 표정으로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환영나온 북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북측 의장대를 사열하고 준비된 차량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화동들에게서 받은 꽃다발을 챙기고, 양 정상이 사열대에 올라 자리잡는 과정에서 방향이 맞지 않자 뛰어 올라와 위치를 바로잡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북한은 지난 2000·2007년 정상회담 때와 달리 문 대통령의 순안공항 도착장면 생중계 송출을 허용했다. 이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 관계자들의 시청 가능성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중재·촉진임을 감안해 미국 측에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순안공항에 도착한 오전 10시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17일 오후 9시로, 충분히 시청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 도착 전부터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있던 환영인파들 손에 인공기와 함께 한반도기가 들려있던 장면도 독특했다. 우리 정상의 방북 시 북한 주민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환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안공항에서 백화원초대소로 향하던 도중 차에서 내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동안 지붕이 없는 무개차에 나란히 탑승해 손을 흔들며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장면도 그간 북한 최고지도자들이 보인 적이 없는 모습이다.
 
과거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 측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사전회담 없이 곧바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양 정상 간 회담이 진행됐다. 이곳에서 회담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회담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전에 얽매이지 않고 대신 실질적인 대화에 집중하고자 하는 양 정상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27 정상회담이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당일 일정으로 진행됐을 때도 양 정상의 이같은 생각은 반영됐다.
 
지난 4·27 판문점 회담 때와 달리 문 대통령은 별다른 출발행사 없이 헬기 편으로 청와대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바로 이동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차량 편으로 청와대에서 공항으로 이동 중 잠시 내려 재향군인회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해법 등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내놔야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풀이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두 정상 간에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전에 대한 어떤 합의가 나올지, 또 그러한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합의문이 아니면 구두합의가 이루어져서 발표가 될 수 있을지, 이 모든 부분이 저희들로서는 블랭크(공란)”이라는 말로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은 각국 취재진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 4·27 판문점 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는 모습을 보며 박수를 치거나 환호했던 것과 비교됐다. 남북 정상의 만남 자체가 이슈가 됐던 과거와 달리 취재진들도 이제는 북한 비핵화 시간표 마련을 비롯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장면으로 보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평양 공동취재단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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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