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최저임금법 시행령 반대, 현행 유지해야"

대한상의·경총 등 10개 경제단체 공동 입장문 발표

입력 : 2018-09-18 오후 2:50:15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경제계가 정부가 추진중인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화학섬유협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18일 발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통해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16일 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며 현행 유지를 요구한 데 이어 이틀 만에 경총과 상의, 무협, 중기중앙회를 비롯한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같은 입장을 냈다. 경제 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낸 것은 2016년 9월 이후 2년 만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경제계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긴박함이 드러났다.
 
지난 8월29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8.29 소상공인 총궐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지난 8월10일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주일간 40시간을 일한 근로자에게 평균 1번 이상의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통상 기업들은 일요일에 주휴수당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주 40시간씩 월 약 174시간을 일하지만 주휴수당에 따라 실제 급여는 209시간에 해당하는 시간급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최저임금 판단 때 주휴수당도 포함시켰다.
 
경제계는 “유급처리시간(주휴시간)은 실제 일하지 않은 가상적이고 허상의 시간으로 실제 근로제공이 전혀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본질적, 사회통념적으로 최저임금의 시급 산정시간 수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업 입장에서 주휴수당은 어떠한 생산이나 서비스, 생산성이 존재하지 않는 임금만 지불되는 수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정부 지침을 대법원 판결에 맞춰 ‘유급처리 되는 시간’을 제외토록 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정부가 오히려 시행령 개정을 통해 행정지침을 합법화하려는 것은 국민경제 주체의 정당한 주장에 역행한다”면서 “기업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가중시켜 정책의 신뢰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적 상식과 권리 보호에도 맞지 않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기업 입장에서는 주휴수당 같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무노동 유급임금’ 자체도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 지침으로 인해 기업이 실제 지급하는 시급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급 자체가 하향 산정되어 행정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당한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주급이나 월급을 지급할 경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기업의 최저임금 시급은 정부가 고시한 최저임금액을 상당 폭 이상으로 충족하게 됨에도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인위적, 행정주의적 잣대로 인해 적법한 기업의 임금지불이 불법으로 판정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정부는 현행 행정지침이 실효(失效)화되었음을 명료하게 인정해야 하며, 현 시행령을 유지해 유급처리시간을 제외하는 것이 최근 급격하고 지불능력을 초과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현 제도를 고수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과 상식에 맞춰 30여 년 전 산업화 초기에 마련된 현 최저임금제도를 우리 경제 발전 정도, 글로벌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며 전면적·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새로운 최저임금 수준을 재설정하는 것이 정도이자 순리”라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하며, 이러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관한 문제는 범죄 구성요건에 직결되는 만큼 시행령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현재 우리 경제와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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