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재계 총수 방북, 북·미 압박 가능"

무협-CSIS 리커넥팅 아시아 컨퍼런스 개최…"되돌이킬 수 없는 경협 추진해야"

입력 : 2018-09-18 오후 5:16:41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대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한 것이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8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2018 무협-CSIS 리커넥팅 아시아 컨퍼런스' 중 기자들과 만나 재계 총수들의 방북은 "양날의 검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며 "미국에는 (대북) 제재가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도 "미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이유는 핵실험, 미사일 시험발사, 무기 판매, 인권 등의 문제 때문이다"라며 "제재 해제는 이 같은 일들의 해결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18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무협-CSIS 리커넥팅 아시아 컨퍼런스'의 '한반도의 새로운 지정학' 주제 토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이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비핵화가 대북 제재 해제의 전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간 경제 협력 재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가 필수적이며, 이는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의 가시적인 행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긍정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구체적인 비핵화 타임라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 헴리 CSIS 회장도 "문재인 정부 역시 비핵화 없는 화해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비핵화가 우선돼야 화해와 관련한 기회도 존재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가 일괄 타결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경제 협력 역시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비용은 적게 들면서 파급은 큰 사업부터 시작해야 대외적으로도 북한과의 협력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조차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북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철도·도로 등이 초기 협력의 중심이 될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철도의 경우 러시아, 중국 등의 대륙 횡단 철도와 연계해 한반도를 유라시아 대륙 물류의 기점으로 육성시킬 동력으로 기대됐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역사적으로도 성을 쌓는자는 망하고 길을 놓는자는 흥했다"며 "철도는 21세기의 실크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화물·여객 수요의 대부분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및 이와 연계된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남북간 물류 경색을 풀어 시간과 경제의 편익을 향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협 단계에 접어들더라도 넘어야 할 장벽들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리사 콜린스 CSIS 연구원은 "북한은 에너지, 철도 등의 영역에서 경제 개발 여력이 많지만 투명성 이슈가 가장 큰 문제"라며 "철도, 카고 트래픽 등과 관련한 데이터 조차 제대로 공개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실질적 협력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이다. 정치적 리스크로 북한과의 협력이 중단됐던 과거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나 원장은 "남북간 철도 연결 프로젝트는 북한의 변화를 견인해내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며 "과거처럼 북한이 폐쇄적 국가였으면 (프로젝트의 시도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 처럼 돌이킬 수 없는 경제 협력을 해야 한다"며 "시장의 매커니즘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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