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어제 실수했더라도 저는 여전히 저입니다. 오늘의 저는 과거 제 잘못과 실수가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내일의 저는 어쩌면 조금 더 현명할지 모르나 그 또한 저일 것입니다. 이런 실수와 잘못이 모여 제 인생에 가장 빛나는 별자리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생의 서사를 유엔(UN) 총회 앞에 펼쳐 보이자 박수가 쏟아졌다. 리더 RM의 이야기로 시작한 이야기 줄기는 BTS의 성장사가 됐고, 이내 이 세계를 견뎌내는 이들을 위한 메타포가 됐다.
"우리 모두 한 단계 더 나아가 봅시다. 우리는 스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이제 여러분에게 '당신을 말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엔 총회 연설에 선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유니세프·뉴시스
타자의 욕망과 시선으로 재단되는 삶에 BTS는 반기를 든다. 그보다는 자신을 우선에 두고 사랑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의 자존과 신뢰 회복이 타인에 대한 사랑과 포용력으로 점차 증폭될 수 있음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UN총회에서도 리더 RM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한 후 자신의 삶을 잃었던 지난 날을 고백하며 진정성을 더했다.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 '아홉, 열살 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9~10살 무렵)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틀에 제 자신을 가두려고 했습니다. 그 누구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 자신조차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은 멈췄고 눈은 굳게 닫혀버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립니다."
그룹 BTS의 리더 RM. 사진/유니세프·뉴시스
하지만 RM은 자신의 내부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집중하며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안식처처럼 느껴지던 음악에 힘을 쏟고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데뷔 초 "희망이 없다"는 혹평을 듣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그럴수록 그와 멤버들은 '내면의 힘'에 집중했다. 그들과 함께 해 온 팬덤 '아미(ARMY)' 또한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LOVE YOURSELF 앨범을 발매하고,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후 우리는 전세계 팬들로부터 믿지 못할 중요한 이야기들을 듣게 됐습니다. 우리의 메시지가 삶의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요. 그들의 이야기는 저희에게 책임감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줍니다."
제73차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BTS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유니세프·뉴시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어제와 오늘, 내일을 살아갈 뿐인 우리. 그럼에도 변화를 향해 격렬하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그룹은 그 열쇠가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있다고 말한다. 고난과 실패, 이를 딛고 나아가는 동력이 이들이 자신 만의 '별자리'를 빛나게 한 요체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을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SPEAK YOURSELF."
이제는 타인의 시선에 휘둘려 꿈을 잃고 있는 수많은 청춘이 그들의 소리에 답해야 할 때다. 변화의 일렁임은 이미 시작됐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