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최병호·왕해나 기자] SK 계열사들이 다음 달 열리는 CEO세미나를 앞두고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란 기업의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하거나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등 이윤보다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최태원 SK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철학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27일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CEO세미나까지 각 계열사별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에 무게를 두면서 경제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이른바 더블바텀라인(DBL) 전략을 강조했다.
CEO세미나는 오는 10월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주요 SK 계열사 CEO들은 각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SK 계열사들은 CEO세미나에서 발표할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 SK 계열사 관계자는 27일 "사회공헌 활동과 달리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반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기존의 사업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해 매출과 연계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 관계자는 "생산 시설이나 판매망 등 물리적 인프라가 없는 ICT의 경우 사회와 나눌 것이 직원들의 역량밖에 없다"며 "개발 방법론이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유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서비스에 도움을 주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SK 계열사들은 우선 기존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최대한 공유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10·20대를 대상으로 한 요금제 '0플랜'의 혜택 중 하나로 '0아지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0아지트는 10·20대가 영상이나 IT,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키우는데 필요한 전용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SK텔레콤은 전국에 구축된 직영점과 대리점 등의 유통망 공간을 활용할 전망이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21일 노동조합과 합의한 2018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률 2.5% 중 기본급 인상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재원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SK브로드밴드는 T커머스 자회사인 SK스토아의 홈쇼핑 채널에 지난 4월부터 사회적기업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프로그램 '유난희의 굿즈'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유난희의 굿즈에서는 버려지는 물품을 재생산하는 가방이나 발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주방 세정제 등의 물품을 판매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전국의 주유소를 활용했다. SK에너지는 이달부터 GS칼텍스, 물류 스타트업 '줌마'와 함께 개인간(C2C) 택배서비스 '홈픽'을 시작했다. 전국의 SK에너지·GS칼텍스의 450여개의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홈픽은 기사가 고객이 보내는 택배 물품을 인근의 주유소로 옮기면 CJ대한통운이 이를 수거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경쟁력을 활용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공유 인프라 포털'을 오픈하고 협력사에게 반도체 지식을 공유했다. 또 SK하이닉스의 장비를 활용한 웨이퍼 분석·측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박현준·최병호·왕해나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