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관문억제제 영역 연구자들이 나란히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관련 국내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전 세계 추세에 맞춰 국내사들 역시 관련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1일(현지시간)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제임스 P. 앨리슨(미국 텍사스주립대 교수)와 혼조 다스쿠(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수상자 모두 면역관문 연구를 통해 혁신적 암치료법을 제시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면역관문억제제를 활용한 항암제(면역항암제)는 화학항암제(1세대)와 표적항암제(2세대)를 잇는 3세대 항암제로 꼽힌다.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을 지닌 화학항암제나 표적대상이 제한적이고 내성이 생기면 치료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부작용이 적고 생존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아직 정복되지 않은 암 치료 분야 차세대 주자로 낙점 받은 만큼 시장성에 대한 평가 역시 높다. 시장조사업체 GBI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169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 758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 적용 가능한 암종이 많지 않고 치료비용이 비싸, 적응증 확대를 위한 전 세계 연구 및 개발이 한창인 상황이다.
현재 면역항암제 치료제 시장을 대표하는 의약품으로는 글로벌 제약사 MSD의 '키트루다'와 BMS '옵디보'가 꼽힌다. 올 상반기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31억3100만달러(약 3조4950억원), 31억7800만달러(약 3조54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 개발 추세에 맞춰 국내사들 역시 면역항암제 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자회사(합작 벤처) 이뮨온시아를 통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개발 중인 'IMC-0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지분 투자한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에 그동안 연구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공개하며 공동 연구 제휴을 맺는 한편, 또 다른 면역항암제 개발사 앱클론의 지분에도 투자한 상태다. 최근에는 면역질환 치료제를 전문으로 하는 연세대학교 교내 바이오벤처 ‘굳티셀’에 50억원을 추가하는 등 개발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녹십자의 세포치료 전문 계열사 GC녹십자셀은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에 대한 간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데 이어 최근 뇌종양과 췌장암까지 지정 부문을 확대했다. 국내에선 지난 2007년 품목 허가를 받았다.
2016년 미국 애브비에 면역항암제 'MerTK 저해제' 기술을 480억원에 수출한 동아에스티는 연초 JP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국내 바이오벤처 ABL바이오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신약 2개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획득했다.
자회사 바이젠셀을 통해 'VT-EBV-201'을 개발 중(임상 2상 진행 중)인 보령제약은 오는 2021년 2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며, 영진약품은 지난 1일 지놈앤컴퍼니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벤처 가운데선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신라젠이 눈에 띈다. 간암뿐만 아니라 대장암과 신장암, 췌장암 등을 적응증으로 한 연구 및 임상도 추가로 진행 중이다. 이밖에 유전자 치료제 전문기업 제넥신(하이루킨-7)과 바이로메드 역시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한편, 이 같은 국내사들의 잇따른 면역항암제 개발에 지난해 국내 면역항암제 임상시험 건수(승인 기준)는 89건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정부 역시 상반기 3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신규과제 선정을 통해 국산 면역항암제 개발 지원을 위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관문억제 영역 연구자들이 나란히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관련 국내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추세에 맞춰 국내사들 역시 관련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