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이 쟁의행위를 이유로 부당해고했다가 소송을 통해 복직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전의 쟁의행위를 문제삼아 해고처분한 것은 재량권 일탈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일 이정훈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 등 조합원 11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5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금속노조, 현대차 처벌·유성기업 노동자 결의대회’ 를 마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다시 쟁의행위를 개시한 것은 주된 목적이 임금협상을 위한 것이었고, 그 쟁의행위를 개시하기 위한 절차적 요건도 적법하게 갖춘 것으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당시 단체협약에는 쟁의기간 중에 일체의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할 수 없다고 정한 ‘쟁의 중 신분조장’ 규정이 있었다"며 "피고가 당시 원고들의 쟁의가 적법하게 개시됐음에도 종전 쟁의행위 기간 중에 이뤄 사유를 들어 원고들을 징계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노조 측 징계위원의 참석 없이 징계의결이 이루어진 것도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근로자들이 쟁의행위를 개시하게 된 동기와 경위, 이에 대한 피고의 위법한 직장폐쇄 등 부당노동행위, 이에 따른 1차 해고처분의 취소경위, 재차 원고들에 대해 이뤄진 징계사유와 처분 내용 등을 해고 시점과 동기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해고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면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3월 노조가 과중한 근무시간의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직장폐쇄 조치와 함께 이 전 지회장 등 노조원 27명을 해고했다. 이후 이 전 지회장 등 부당해고를 당한 노조원들이 소송을 내 승소해 복직됐다. 그러나 유성기업은 노조가 2013년 10월 임금협약 결렬 등을 이유로 쟁의행위에 돌입하자 이 전 지회장 등 11명을 다시 해고했다. 이에 이 전 회장 등이 소송을 냈다.
1심은 쟁의행위가 1년 이상 계속되는 등 노조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2심은 "정당하게 개시된 쟁의행위를 문제 삼아 또 다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유성기업이 상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2월 직장폐쇄와 부당해고 등 노조를 탄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에게 징역 1년2개월을 확정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