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달 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아이오와주로 가던 중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8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곧 만나 회담 시기·장소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에 동행한 비건 특별대표도 ‘최 부상에게 만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함으로써 미 중간선거 전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중간선거 전 정상회담을 할 경우 이를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중간선거 판세가 공화당 열세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2~3일 국내를 비워놓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선거유세로 너무 바쁘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을 두고 미국 내 여론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들고 온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카드를 놓고 “김 위원장이 같은 물건을 두 번 판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섣부른 정상회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선거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중 하원에서 공화당 패배가 점쳐지는 가운데 전체 100석 중 35석(1그룹 33석·보궐 2석)을 새로 뽑는 상원의원 선거 결과도 시원찮을 경우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북한 핵·미사일 위기 해결’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김 위원장을 만날 준비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3∼4곳의 장소들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훌륭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회담 장소로 서울·판문점과 스위스 제네바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미국 영토와 그들(북한)의 영토에서 많은 회담을 할 것”이라며 향후 방북 가능성도 열어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로 선거지원 유세를 떠나기 전 백악관 남쪽 뜰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