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전 세계가 한국의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있다. 세계 주요 매체들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K팝 가수로 소개한다. 미국 음악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한국 가수들은 이전에도 여러 명 있었다. ‘강남 스타일’이라는 전대미문의 히트곡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한 ‘싸이’ 열풍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K팝 시대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엑소, 트와이스 등도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그룹만큼은 아니었다. 바로 BTS, 방탄소년단이다. 미국 빌보드 차트 200에 두 번이나 1위 자리에 올랐고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장에서의 공연은 미국 본토 가수들의 넋을 빼 놓기에 충분했다. 7명의 소년들이 보여주는 이른바 ‘칼 군무’는 한 순간도 놓치기 힘들 지경이다. 뉴욕을 비롯해 글로벌 투어 중인 방탄소년단의 티켓은 10분 만에 매진되는 상황이다. 선택받은 세계적 가수만 공연 가능한 뉴욕의 스타필드 경기장은 팬들로 장사진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경기장 주변은 텐트족들로 진풍경을 연출할 정도였다. 60년대 팝의 전설 비틀즈에 비교될 정도로 방탄소년단 사랑은 절정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유명 아이돌 그룹의 탄생 그 이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유명 정치인들은 앞 다투어 ‘BTS사랑’을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도 방탄소년단 팬이다. 경제적인 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다고 한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모국인 한국을 방문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다. 더 큰 소득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K팝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의 노력은 감동적이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방탄소년단 팬들은 우리말로 노래를 따라하고 한복을 입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가장 고무적인 일은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의 자긍심과 자부심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3포 세대’, ‘헬조선’, ‘지옥고’ 등으로 상징되는 그들에게 방탄소년단은 희망의 상징이다. 트렌드모니터가 자체조사로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해 1월3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온라인조사 자세한 내용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류열풍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이 64.9%나 되었다. ‘한류는 한국의 긍정적인 국가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는 의견 또한 73%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방탄소년단에 대해 ‘넘을 수 없는 벽이라 생각했던 미국시장을 강타한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는 응답은 10명 중 8명 수준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마디로 가성비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 분명하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을 향했던 시선을 국내 정치권으로 돌려보면 상황은 전혀 딴판이다. 최고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달리 국내 정치권의 가성비는 바닥 수준에 가깝다. 남북관계가 올해 들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흐름이지만 행정부의 역할에 견제와 균형적 역할을 해야 할 국회는 잠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한목소리를 내고 야당의 목소리는 제각각이다. 4월말 판문점선언 이후 수개월이 지났지만 비준 여부에 대해서 답보상태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밥줄이 달려있는 경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히며 수정을 요구받고 있지만 국회는 정쟁만 있을 뿐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믿음은 확보되지 않고 있다. 먹고 사는 일에 힘들어 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책임이 국회에 있지만 민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셈이다. 마치 ‘방탄국회’처럼 돌아가는 모습에 국민들이 한국정치에 대해 자부심이 있을 리 만무하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하고 음악의 본고장 런던으로 입성했다. 비틀즈는 감출 수 없는 소년의 매력으로 소녀들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은 비틀즈의 고향인 영국에서 음악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중 한명인 슈가는 ‘우리처럼 맨손으로 시작해도 가능하다는 걸 사람들이 보고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치권은 우리 국민인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를 귀담아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청난 예산과 권력이 주어진 ‘방탄국회’같은 정치권을 바라보며 오늘따라 ‘가성비’를 묻고 싶어진다. BTS 그대들이 가성비 갑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jcbae@r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