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감사가 오전 내내 파행을 거듭하다 오후가 대서야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 영장 기각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또 공보관비 사용내역 등 여전히 자료제출이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적을 했으나 법원행정처는 자료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팽팽하게 대립했다.
10일 오후 대법원 국정감사장에서 처음 질의를 시작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개입된 법관들에 대한 영장 기각이었다. 백 의원은 “스리랑카 외국노동자는 풍등 하나 잘못 날렸다가 구속 위기에 처했는데 사법농단 주역들은 압수수색 영장에서부터 줄줄이 기각됐다”며 “주거 평온을 해친다는 것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듣도보도 못했는데 어떤 국민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도 “여러 의원들의 지적처럼 다른 사건에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80% 넘는데 사법농단의 경우는 기각율이 반대로 88.9%.다”라며 “판사들이 전현직 법관에 대해 기존 국민사건과는 천지차이 태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여기에 가세해 검찰까지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영장을 기각하는 법원도 문제지만 이런 영장을 계속 치는 검찰도 문제”라며 “수사의 칼은 검찰이 갖고 있지만 법리적용 단계에서 판사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 판결 보면 직권남용죄를 소극적으로 판단했는데 사법농단에 대해 무죄판결 포석까는게 아니냐”고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국민 신뢰를 잃어 죄송하다”고 거듭 밝혔다.
또 각급 법원장들의 공보관실 운영비 현금 지급 역시 주요 질의대상이었다. 지난 2016~2017년 전국 법원의 공보관실 운영비를 법원장이 직접 현금으로 수령한 것이었다. 특히 야권에서는 법원장 시절 이를 지급 받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대법원장을 두고 “공보관실 운영비라 하면서 현금으로 직접 받았다”며 “양승태 사법부를 적폐라 하면서 김 대법원장은 올해에도 기금의 3억5000만원을 편성한 후 지급했다”고 소리높였다.
앞서 안 처장은 “(예산은) 법원에 배정된 것이라 법원장이 수령한 것이 문제되지 않고 법원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수령해도 법원장 지시였을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용도로 썼다면 문제지만 공적 자금이라 누가 수령해도 동일”하다며 “공보관실 운영비에 대해 아무런 절차 없이 사용하라고 했고 증빙을 첨부하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예산 편성 자체에 문제를 삼을 지 몰라도 집행에 문제 없었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혐의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공보관실 운영비를) 57명의 법관들이 3년 동안 7억 3100만원 썼다. 이게 적은 돈이냐”며 “증빙자료도 없이 옳게 썼다고 믿어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를 하냐”고 반문했다.
또 법원행정처의 전자법정 사업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법정사업 유지보수업체 선정과 관련해 원청업체가 바뀌었는데도 특정업체는 변동없이 하청을 담당한다"며 "원청업체는 이익이 전혀 없는 구조인데, 전자법정 유지보수와 관련해서는 원청업체가 해당 특정업체를 끼지 않고는 법원과 계약할 수 없다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박주민 의원도 “2011년부터 약 165억원 상당의 계약을 하는데 해당 특정업체가 계속해 선정돼 투찰률이 99.5%에 달한다"며 "일반적인 업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수치다. 사실상 내정돼 있어서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11년 이후 원청업체를 3번 교체하고 진행되고 있는데 원청업체가 구축한 전자법정 시스템을 유지•관리하는 업체는 계속해 특정업체가 맡고 있어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안 처장은 “전자법정은 범용성이 없어 다른 기업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다”먄서도 “의문이 들 수 있으니 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밝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최영지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