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사회정의 구현할 법을 세우자

입력 : 2018-10-25 오후 3:33:00
혹자는 대통령이 바뀌어도 재벌은 영원하다고 했다. 무소불위 경제권력을 지칭하는 말이다. 취업하면 직장 상사가 있고 꼭대기엔 오너가 있다. 상위 1% 이하 국민들은 알고 보면 종속적인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평소 느끼지 못하다가도 상사의 갑질 한 번에 주저앉게 된다. 갑이랄 수도 있는 고위 관료들도 은퇴 후 재취업을 걱정해 재벌에 잘 보이려 한다. 그러다 법 기준선을 넘는다.
 
평생 벌어도 사기 어려운 집을 누군가는 현금으로 산다. 결혼하지 않거나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심리는 그런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느낀 좌절을 물려주기 싫은 이유다. 그런 근본문제를 손보지 않고선 정부가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지원에 세금을 쏟아도 밑빠진 독이 될 수 있다.
 
좌절은 분노를 낳는다. 정권이 바뀔 당시 재벌개혁 요구가 극에 달했지만 바뀐 정권에서도 재벌 3·5법칙은 그대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국민에게 유전무죄를 상기시키며 또다시 좌절감을 안긴다. 전과가 남으면 보통은 사회생활이 힘들다. 하지만 재벌은 직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전과 없는 재벌 회장을 찾기 힘들 정도지만 허물은 경제업적으로 가려진다. 그러니 재벌일가 범죄는 근절되지 않는다. 회사 미술품 4억원어치를 빼돌려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다시 횡령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아물기도 전에 릴리안 생리대, 라돈 침대, 라돈 생리대까지 논란이 계속된다. 대상 청정원 멸균제품인 통조림 햄 런천미트에선 세균이 검출됐다. 사측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생산 및 판매 중단과 환불을 약속했지만 원인규명은 없다. 해당 통조림 햄을 언제 먹었을지 모를 소비자는 재수 없는 일이라 치며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업종을 망라하고 담합도 계속 적발된다. 새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하자가 발견되기 일쑤다. 피해보상을 받기가 어려워 집수리비로 자비를 털어야 한다. 소비자는 힘이 없고 정보에 어둡다. 이를 이용해 사회 무수한 갑들이 세금을 빼돌리고 부당 이득을 챙긴다. 몰라서 넘어가고 알아도 대항하기 힘든 다수 국민의 분노에 배출구가 없다.
 
제재로 인한 손해보다 부당이익이 크기 때문에 처벌당해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깊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다중대표소송, 주주대표소송, 집단소송제 등 소비자가 책임을 물을 방법은 분명 있다. 제도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국회에 막혀 쓰지 못할 뿐이다.
 
부모는 자녀 양육비에 숨이 막히는데 유치원 비리가 뇌관을 터뜨린다. 정부 지원금, 교비로 명품백을 사거나 기름값을 지불하고 병원비, 접대비 심지어 성인용품도 샀다. 유치원 집단은 되레 휴업을 예고하는 등 아이들을 볼모로 반발하고 있다. 지금 온나라가 난리여도 시간에 묻힐 것이다. 줄줄 세어나간 혈세를 되돌릴 길도 막막하다. 이또한 진즉 국민소송제가 도입됐더라면 국민이 느낄 무력감은 덜했을 것이다.
 
국민의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단이 필요하다. 죄를 처단할 칼이 있으되 쓰지 않고 녹만 슬고 있다.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지금, 칼을 뽑을 때다.

이재영 산업2부장(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재영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