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가 맞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온라인사업(이커머스) 대결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던 양사의 경영구도에서 롯데는 오너의 복귀로 대규모 투자가 예고된 반면 신세계는 물류센터 설립에 차질을 빚으며 암초를 만나게 됐다.
롯데는 신 회장이 최근 출소한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통해 e커머스부문에도 투자를 약속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각 사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전자상거래사업의 핵심 역할을 수행중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의 본사가 다음달 중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
지난 8월 공식 출범한 롯데 이커머스본부는 김경호 대표 주도 속에 IT 관련 신규 인력 400명을 내년까지 추가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에 투입된 인력만 1400여명에 달한다.
한편 신 회장은 향후 그룹 투자금액 50조원 가운데 25%인 12조5000억원을 온라인 사업 확대와 복합쇼핑몰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오너의 경영복귀가 이뤄진만큼 유통부문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롯데가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드라이브를 건 반면 신세계는 당초 계획했던 하남 온라인센터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난관에 봉착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하남시민들의 계속된 반대로 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하남사업본부에 토지매입 청약철회 요청서를 지난 26일 제출했다. 입찰을 최종 취소한 셈이다. LH측도 입찰 청약금 50억원을 위약금 없이 신세계에 돌려줘 양자 간 토지 계약이 이로써 최종 무산됐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월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센터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하남시를 낙점했고 부지 매입 가계약까지 성사됐지만 끝내 무산됐다. 하남시민 다수가 교통난과 안전·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당초 신세계가 추진하던 글로벌 투자 유치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치를 받는 투자용도의 핵심이 온라인센터 설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측은 기존 투자 유치와 온라인센터는 별개의 사안이며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란 입장이다. 또 다른 지역에 온라인센터를 유치한 것과 관련해서도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사업이 유통공룡들의 전쟁터가 되고 오너의 의지가 반영된만큼 초반 기세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며 "최근 분위기는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지만 본격적인 투자가 실행된 이후가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