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 앤 장’의 퇴장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 ‘경제사령탑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시교체는 정부의 핵심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승부수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는 안정적인 관료인 김 부총리와 개혁성향 학자 장 실장이 조화를 이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끌어가길 기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구체적인 정책추진 과정에서 자주 충돌해 엇박자나 갈등설이 대두됐고, 정부 정책혼선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 경질할 경우 소득주도성장의 후퇴 혹은 혁신성장의 후퇴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국 ‘동시교체’가 힘을 받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투자·소비·고용 등 경제지표가 매우 부진해 경제라인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김동연 부총리의 후임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홍 실장은 행정고시 29회로 재정과 예산 업무에 정통한 경제관료다. 부처 간 업무조정을 원활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도의 업무파악없이 즉각 투입 가능한 ‘즉시 전력감’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적이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이에 청와대가 강도높은 인사검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실 정책보좌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지내며 창조경제 전도사 역할을 한 이력을 놓고 여권에서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홍남기 실장 외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등도 경제부총리 후보군이다.
장하성 실장의 후임에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첫손에 꼽힌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김 수석은 노무현정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 환경부 차관 등을 지내며 풍부한 국정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현 정부에서도 사회수석으로 보건복지, 주택도시, 교육문화, 환경, 여성가족 등 사회정책 전반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단순 소득주도성장뿐만 아니라 그 상위개념인 포용성장을 이끌어가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다른 후보군으로는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 ‘국민성장’에 참여했던 학자그룹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언급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있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경제사령탑 투톱의 교체시점은 김 부총리가 내년도 예산안 대국회설명을 마무리하는 11월 중순이후가 유력하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정책 질의와 부별 심사를 진행한다. 다만 청와대가 투톱교체설이 계속 이슈화되는 것이 경제에 좋지않은 영향을 준다는 판단을 할 경우, 교체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제상황이나 고용상황에 대해 제가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여러차례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 왜 없겠나”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어디까지나 지금 상황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저”라면서도 “그런 (교체 등) 단계가 될 때까지는 예산심의 과정을 포함해 맡은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지표가 안 좋은 것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는데, 일자리 문제의 정부 책임 당국자로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29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