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올림픽 공동개최는 남북 통합의 큰 길

입력 : 2018-11-07 오전 6:00:00
남북한은 11월1일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휴전선 인근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이다. 1948년 남북한에 따로 정부가 들어서고 전쟁까지 치르면서 이어져 온 적대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이날은 우리 역사에서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는 적대행위 중지를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고,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큰 길을 닦아나가야 한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도형이 되듯이, ‘작은 평화’를 ‘큰 평화’로 승화시키는 것이 앞날의 과제이다.
 
때마침 남북한은 오는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2일 열린 남북한 체육회담에서 2032년 하계 올림픽 공동개최 의향을 담은 서신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동으로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매우 상서로운 일이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을 치른 경험과 함께 경기장 시설을 갖고 있다. 평양도 능라도 5·1경기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이 이런 경험과 시설을 바탕으로 올림픽을 진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올림픽 공동개최는 단순히 시설의 문제를 넘어선다. 
 
남북한은 올림픽 공동개최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올림픽 유치를 함께 추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적 유대가 공고해진다. 남북한 관계자들이 수시로 오가며 전략을 함께 협의하고 점검해야 한다. 여기에는 체육인과 정부 관계자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아마 경제인들도 동참하게 될 것이다. 1981년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큰 몫을 한 것처럼 기업인의 도움도 기대된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에는 남북한이 더욱 밀착해서 움직여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위원회를 함께 꾸려 모든 것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올림픽을 치를 경기장과 선수촌 등의 인프라 건설, 각국 선수단 지원 등 논의할 일들이 많다. 이와 함께 개막식과 폐막식, 경기장 운영을 위한 자원봉사자와 응원단 조직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남북한의 많은 인원이 참여하고 호흡이 빈틈없이 맞아들어가야 한다. 남북한이 반목할래야 반목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경기장과 선수촌 건설은 물론이고, 도로와 철도 등의 인프라 시설을 갖추는 데는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상당히 많은 경기장과 선수촌은 물론이고 도로와 철도 등이 새로 건설되거나 보수돼야 한다. 올림픽경기와 선수촌 운영을 위한 물자를 조달하는 데도 우리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남북한의 기업과 경제인들이 활발하게 왕래하고 물자의 유통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에게는 큰 기회이다. 남북한의 경제관계와 인적교류는 전례 없이 넓고 깊어질 것이다. 남북한 경제통합이 한결 더 활성화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남북한의 올림픽 공동유치 계획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올림픽 공동유치 계획에 대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노력이 완성되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IOC가 남북한의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의사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남북한 외에 인도와 인도네시아, 호주 등도 2032년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남북한 공동개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들일 이유와 명분이 남다르다. 따라서 앞서 거론된 경쟁자들을 무난히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2차례 올림픽을 치렀고, 그때마다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민주화를 이끌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기에 1987년 6월항쟁 당시 전두환정권이 군병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지난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남북한 사이의 긴장을 녹이고 화해와 협력의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기적같은 기회’를 선사했다.
 
그리고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가 실현된다면 통일도 한결 가까워질 듯하다. 통일은 물론 머나먼 여정이다. 그렇지만 올림픽 공동개최는 그 여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아마도 올림픽이 끝난 후 남북한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외견상으로는 분명 다른 체제의 국가지만 실질적으로는 통합된 나라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 서로 자유롭게 오가고, 관광하고, 사업도 벌이면서 스스럼없이 ‘우리’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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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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