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없는 게 없다’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얼마 전 처음 생긴 곳이 있다. 마곡지구에 문을 연 서울 최초 도심형 식물원인 서울식물원이다. 면적은 50만4000㎡로 축구장 70개 크기다. 아직 임시개장인데도 벌써 58만명(4일 기준)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시작을 총괄지휘한 이원영 서울식물원장의 역할이 컸다. 이 원장은 녹지직으로 1983년 공직을 시작해 서울시 조경과장과 서울숲공원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시작한 서울식물원에서 35년 공직생활의 끝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영 서울식물원장이 씨앗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임시개방 이후 시민 반응이 좋더라.
시민 반응이 궁금해 뉴스뿐만 아니라 SNS까지 실시간으로 챙겨보고 있다. 물론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좋다’, ‘정식 개원이 기대된다’는 의견을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운영·시설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6개월 정도 남아 있는 만큼 시민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부족함을 느끼시는지 섬세하게 준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왜 정식 개원이 아니고 임시 개방인가.
통상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식물이 새 환경에 적응하고, 무성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범 운영기간을 가진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16년 9월 임시개방해 2년 반만인 올 5월 개원했다. 서천 국립생태원도 2013년 3월 개방한 후 그 해 12월에 정식 개원했다. 임시 개방 이후 ‘아직 볼 것이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 무성한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았겠지만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시범 운영하면서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임시 개방했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식물원은 언뜻 공원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글로는 ‘서울식물원’이지만 영문 명칭은 ‘서울 보타닉 파크(Seoul Botanic Park)’다. 말 그대로 식물원인 ‘보타닉가든(Botanic Garden)’과 공원 ‘파크(Park)’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개념이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열린숲, 호수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호수원, 내년 5월 개방할 예정인 습지원은 ‘공원 공간’이다. 언제든지 찾아오셔서 휴식을 즐기실 수 있다. 온실과 야외 정원이 있는 주제원은 ‘식물원 구간’으로 국내·외 다양한 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공원과 가장 크게 다르다.
그렇다면 일반 식물원과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식물원은 연구와 종 보존의 역할이 크지만 도시 식물원은 시민과 소통하고 교육하는 역할이 크다. 그동안 식물원 대부분이 교외에 집중되어 있어 교육의 연속성이 보장되기 어려웠으나 서울식물원은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또 서울식물원은 주변에 한강, 궁산 등 풍부한 환경자원을 가지고 있어 식물원을 중심으로 주변 생태계를 흡수하고 확장하면 도시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한강 텃새와 철새, 야생 동식물이 보금자리를 서울식물원으로 확장하면 가드닝 교육뿐만 아니라 도시 생태교육의 거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서울식물원만의 특징이라면.
한국 자생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식물로 꾸민 야외 주제정원과 직경 100m, 아파트 8층 높이,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대형 온실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식물 관련 서적 7000권을 보유한 식물전문도서관, 씨앗을 전시하고 대출하는 씨앗도서관, 식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어린이정원학교와 숲문화학교 등 다양한 시설이 운영될 예정이다. 식물은 온실 안에 식재된 500종을 비롯해서 현재 3100종을 확보한 상태에서 임시 개방했으며 앞으로 다른 식물원과 교류, 연구로 8000종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식물원 본연의 기능인 식물 종 수집과 연구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3000종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보유식물을 8000종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도시 식물원이지만 식물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수한 도시생물종다양성을 확보하고 서울 고유의 희귀·멸종위기 식물을 연구 및 보전할 예정이다. 식물연구소에는 연구실험·조직배양실을 두고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며, 식물클리닉도 운영하며 식물 관련 상담도 지원한다. 식물문화센터에 있는 씨앗도서관은 시민에게 토종 종자를 보여주고 보급하며, 교육하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
우선 식물을 탐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어린이 정원학교가 있다. 어린이 가드닝은 물론 먹거리 교육까지 이뤄진다. 생태감수성이 뛰어난 어린이들이 식물을 만나 텃밭 가꾸기와 관찰 놀이를 함으로써 '씨앗에서 식탁까지'를 몸소 배울 수 있다. 식물문화센터에서는 일상 속 식물문화를 익히고 식물부터 생태, 환경, 예술, 문화까지 다양한 전시가 이뤄진다. 숲문화학교는 식물문화 관련 평생교육프로그램이 시니어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될 장소다. 서울식물원 투어는 공원과 주제원을 테마별, 계절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소개한다.
평일도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비결은 무엇인가.
10월11일 임시 개방한 이후 지난 주말(4일)까지 25일간 총 58만명이 방문했다. 평일 평균 1만2000명, 주말 평균 3만70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첫 주말인 지난달 14일에는 무려 8만7903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 시민들이 일상에서 식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식물을 보면서 휴식할 수 있는 장소를 바라왔던 결과 아닐까 생각한다. 그동안 시민들이 이런 공간을 얼마나 기다려 오셨는지 알 수 있었고, 정식 개원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서울식물원의 사회적역할에 대해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식물원을 절대 우리 힘만으론 운영하지 못한다. 마곡지구에는 근처에 대기업이 많은 만큼 이들 기업과 이미 접촉해 식물원 내에서 각 기업들의 역할을 논의 중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곳들인 만큼 서로 교류하는 속에서 자주 애정을 갖고 식물원을 가꿀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 식물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그린허브를 꿈꾸고 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민정원사 등에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함께 식물문화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식물원이 가드닝 문화의 집결지로 자리잡도록 지역사회와의 협업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공직생활의 마지막을 서울식물원과 함께하게 됐다.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서로 성격이 다른 공원과 식물원을 합치는 만큼 모든 직원들과 재밌게, 잘하려고 노력했다. 내년 5월에는 계절적으로 꽃이 만발하고 온실 속 식물들이 더 왕성하게 자란 온전한 식물원으로 시민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 저는 공직을 떠나더라도 시민정원사의 한 사람으로 서울식물원과 함께하고 싶다.
지난 10월26일 서울식물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식물들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