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자회사 직원들이 모회사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았다면, 성과급으로 받았더라도 할증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성용)는 고모씨등 2명의 한미약품 직원들이 “증여받은 주식에 대한 세금을 줄여달라”며 삼성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등경정거부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자료/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직원 고씨 등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최대주주에 해당한다”며 “임 회장이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이므로,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소유한 원고들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주주, 즉 최대주주”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이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이상 할증 평가에서 제외되는 대상에 해당할 여지가 없고, 할증 평가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에 따르면 최대주주에 해당할 경우 주식의 20%(중소기업의 경우 10%)를 가산해야 한다. 만약 최대주주 등이 법인 발행주식을 절반 넘게 보유한다면 30%를 가산하게 돼 있다.
재판부는 또 '임 회장과 친인척 관계가 없어,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전 받은 게 아니고 소량의 주식을 증여받았을뿐’이라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경영권과 관계있고 소액주주가 소유하는 주식에 비해 양도성 등에 차이가 있어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것을 반영하자는 것”이라며 “법에서 ‘최대주주 등’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지만 증여가 일반 유상거래와 다르고, 그 평가대상이 기업을 지배할 가능성이 잠재된 주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주식가치의 가중 평가가 적용되는 증여 범위를 한정하지 않더라도 공평한 조세 부담을 통한 조세정의의 실현 요구, 징세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시행령에서도 경영권을 이전받지 않고 소량 주식만을 증여받아도 최대주주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고씨 등 한미약품 및 관계사 직원들은 지난 2016년 1월 임 회장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73만4178주를 증여받았고, 이후 최대주주 주식에 관한 할증 평가(30%)를 적용한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고씨 등 2명의 직원은 자신들이 최대주주가 아니라며 세무서에 증여세 감액을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삼성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선고 이후 지난 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