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박정희 정권 때 일어난 이른바 ‘윤필용 사건’에 휘말려 강제 전역당한 군인에 대한 전역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작성한 전역지원서가 군부의 가혹행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지난 1973년 중령 신분으로 전역지원서를 작성하고 전역한 박모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전역처분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진술과 증인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국방부 보안사 소속 조사관들의 강요, 폭행, 협박에 의해 전역지원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 전역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는 ‘윤필용 사건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1973년에 서빙고 분실로 압송돼 윤씨와의 관계와 하나회 명단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고 예편서를 쓸 것을 거부하자 욕설과 구타를 당해, 결국 예편서를 쓰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증인들은 원고가 조사 중 비명이나 신음소리를 냈다고 진술했고, 원고가 전역 당시 37세였던 점을 고려해보면, 원고가 자진해 전역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사건으로 전역 처분을 받은 소령과 대령 등 장교 3명 역시 가혹행위로 전역지원서를 작성해, 이에 무효 취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박정희 정권이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 등 그를 추종하는 군부를 '쿠데타 모의'라는 혐의를 씌워 제거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고급장교 60여명이 군에서 쫓겨났으며 윤 사령관이 뒤를 봐주던 전두환·노태우 중심의 하나회 실체가 처음 드러나기도 했다.
박씨는 1968년 윤씨와 알게돼 그가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취임하면서 비서실장을 맡아 1년 정도 같이 근무했다. 1973년 '윤필용 사건' 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자로 분류돼 서빙고 분실로 압송돼 조사를 받다가 전역했다. 이후 박씨는 전역 당시 보안사령부의 협박과 가혹행위에 못이겨 전역지원서를 작성했다며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