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에도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통상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지가 확인된 데다, 민주당도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 정책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2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개최한 국제포럼에서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가 12일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미 중간선거 결과 평가 및 미중 통상 분쟁 전망'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은 큰 틀에서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반환점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 통상 정책 어떻게 되나'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 미국 씽크탱크 케이토(CATO)의 다니엘 아이켄슨 이사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은 하원 통제권을 회복하고 공화당은 상원을 장악했다"며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중국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지지는 원래 민주당의 색채가 짙은 정책"이라며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트럼프 정책에 큰 항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 의회의 강경한 태도는 전반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재민 서울대 교수도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은 성공적으로 이행됐다"며 "중간선거 후 의미 있는 통상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중국을 향한 미국의 관점은 민주당 혹은 공화당만의 관점은 아니다"라며 "지난 20년 동안 축적된 사고가 트럼프의 취임이 도화선이 돼 이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후 대선에서 변화가 있더라도 중국과 관련한 통상 정책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강경 일변도에 중국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양국의 대립이 지속될 경우 비관세 장벽도 불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중 통상갈등,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 타오지강 홍콩대 교수는 "2019년은 5·4운동 100주년이자 천안문 사태 30주년인 매우 중요한 해"라며 "중국은 결코 여기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덤핑 조사를 비롯한 미국의 압박은 중국 기업들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국의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과 달러 비축량을 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또 "중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대중 투자를 유도할 수도 있고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며 "지금이 중국 정부와 관계를 구축할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상 정책 기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았다. 이 교수는 "철강, 자동차를 대상으로 진행된 제232조 조사가 다른 영향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에게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이켄슨 이사도 "의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마찰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할 수 있는 다변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통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조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