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유가가 안정세로 전환되자 건설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유가가 100달러에 달하는 등 고유가로 발주가 확대될 가능성은 줄었지만, 60달러 수준만 유지돼도 일정 발주량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와 향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유가 동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레인의 사크르 사막 유정에서 채굴중인 원유펌프의 모습.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급등하던 유가가 다시 하락반전해 해외 건설 발주가 크게 늘 것이란 기대감을 꺾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러나 "중동에서 유가가 상승하면 발주량이 늘겠지만 그렇다고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가격이 유지되면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 손익분기점이 큰 폭으로 변동이 있을 때는 문제가 있겠지만 소폭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며 "사우디와 이란 같은 세계 1, 2위 산유국들은 생산 단가가 비교적 높아서 60달러 구간에선 수익이 남기 때문에 발주가 감소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의 이란 제재를 계기로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76달러를 돌파해 4년 만에 가장 높이 상승하면서 100달러를 돌파할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유가는 중동 국가와 미국의 갈등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안정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서부텍사스유는 배럴당 전일대비 1.4% 하락한 62.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4월 초 이후 최저가로 하락했다.
이 같은 유가 하락은 최근 미국의 중동 국가와의 갈등이 완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5일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복원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대해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카슈끄지 사건도 봉합 국면에 접어들면서 유가 상승에 대한 불안정성을 제거시켰다. 지난달 초 사우디 정부는 언론인을 탄압했다는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자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원유 공급 중단을 무기로 내걸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원유 증산을 통해 미국의 제재를 피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이란 제재 원유 감소분을 상쇄하는 만큼 추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향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재선 전략과 정치적 행보가 중동의 건설 발주량을 결정지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표 득실에 따라 대이란 제재 강도가 달라지면서 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간선거 유세현장으로 출발하기 전 '유가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간선거에서 저소득 백인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화당 보수 지지층을 고려한다면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정치적 득실을 계산해 향후 대선 전략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지게 되면 이란 제재 등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역으로 재선거 전 빠른 정책 추진을 위해 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재가 강화되면 유가가 상승해 중동 발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