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국내 1세대 음악학자로 꾸준히 연구활동을 해오고 있는 민은기 서울대 교수가 신간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을 펴냈다.
단편적인 흥미 위주에 그치거나 지나치게 학술적인 여타 클래식 서적과는 다르다. 책은 클래식 감상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일반인들의 쉬운 감상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총 7권으로 기획된 책은 세계적인 클래식 위인들을 찬찬히 조명한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모차르트 편으로 태어날 당시부터 교육 내용, 음악 업적 등을 쉽게 풀어준다.
독창성이나 영감보다 '고급스런 기술'을 가르쳤던 아버지 레오폴트나 자기 감정에 도취돼 작곡하지 않았던 모차르트의 숨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레오폴트는 훌륭한 음악가는 훌륭한 장인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독창성이나 영감보다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과도한 기술은 천박하니 고급스러운 취향을 띤 진정한 기술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 기술이 그냥 나오진 않겠죠? 첫째도 훈련, 둘째도 훈련입니다."
"흔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우아하다고 묘사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 아주 세련된 음악이라고 하죠."
민 교수가 직접 강의를 하는 듯한 대화 형식으로 쓰였고, 수십장의 일러스트와 사진 도판을 활용해 내용의 풍성함을 더했다.
출판사는 "미술에서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같은 책이 있지만 클래식음악은 아직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입문서가 없다"며 "음악을 글로 풀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민 교수와 함께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대에서 음악이론을 전공한 민 교수는 파리 소르본느대에서 음악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꾸준히 연구활동을 하며 음악사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음악사를 포괄하는 여러 학술서를 냈다. '음악과 페미니즘(음악세계, 2000)', '대중음악의 이해:Popular Music A to Z (음악세계, 2016) 등의 대표저서가 있다.
책 출간을 기념해 '난처한 클래식 콘서트'도 열린다. 14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스튜디오 리움(LYUM)에서 모차르트의 주요 음악을 듣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피아노 소나타 A장조 K.331',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피가로의 결혼 K.492 1막 '다시는 날지 못하리'' 등이 연주된다. 이 기획 콘서트는 매년 2회 열릴 예정이다.
민 교수는 "책을 만드는 내내 독자에게 바로 바로 음악을 들려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며 "콘서트를 통해 음악의 뭉클한 감동과 짜릿한 전율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개했다.
이번 책은 사회평론의 단행본 시리즈 '난처한'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난처한'은 어렵거나 성의 없던 입문서에 지친 이들을 위해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제작되는 교양서 시리즈다. 각 분야 최고 지식인들이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중요한 지식을 알차게 담아낸다. 민 교수에 앞서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겸 한국예술연구소장의 '난처한 미술이야기'가 출간된 바 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