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최기철 기자] 검찰이 차명주식 실소유자를 허위신고한 혐의 등으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체 적발 한 뒤 ‘경고’조치만으로 부당종결한 사례 150여건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이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등을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각 범죄사실 건당 각각 벌금 1억원씩에 약식기소했다. 벌금 1억원은 ‘대주주의 차명주식, 계열사 현황 등 허위 신고죄’에 대한 최고 법정형이다.
자료/서울중앙지검
이 회장은 2014년∼201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차명주식 실소유자를 허위 신고한 혐의다. 김 의장과 서 회장은 각각 2016년 계열사 5개를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2015년에 계열사 3개를 누락했다. 신세계 계열사 3개사와 롯데 계열사 9개사도 대주주 차명주식이나 계열사 현황을 허위신고했고, 한라 계열사 1곳도 2014~2015년 채무보증 현황을 누락하거나 허위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LG와 효성 대주주들도 공정위 신고과정에서 장기간 반복적으로 다수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것이 이번에 적발됐다. 특히, 내츄럴삼양은 허위 신고뿐만 아니라 보유제한 주식 취득 등 다수의 행위위반까지 적발돼 실무자가 고발의견을 개진했지만, 공정위는 경고만 하고 사건 종결을 종결했다. 공정위는 위법사실이 확인된 SK 대주주에 대해서도 총 5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경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결국 공소시효 도과로 LG와 효성, SK를 비롯한 10여개 대기업 총수들을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공정위의 직무태만이 대기업 총수들의 위법행위를 덮은 셈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금까지 공정거래법 제68조 위반 사건 총 177건을 입건했으나, 단 11건(6.2%)만 검찰에 고발하고, 15건은 무혐의 종결, 151건(85.3%)은 '경고'로 종결해 국회 등에서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형사소송법상 고발 의무가 있는 공정위 공무원이 관련 범죄를 인지하고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했음에도 법적 근거나 객관적 기준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인데 기존 공정위가 고발했던 일부 사건보다 더욱 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경고 처분만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부영그룹 비리 수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회장과 계열사의 주식보유 현황 허위 신고 사건을 분리·지연 고발한 사실을 발견하고 지난 6월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7월부터 공정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고 9월부터는 대상 기업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속고발 대상이 아닌 범죄에 대해서도 공정위 고발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향후 검찰과 공정위와 협력을 거쳐 고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광연·최기철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