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탄력근무제 장시간 노동·임금 보전 장치 마련할 것"

문 대통령, 사회적 합의 강조하며 "국회에도 관련법 개정 연기 요청할 것"

입력 : 2018-11-22 오후 6:04:47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사실상의 '의결기구'로 받아들이며 힘을 실었다. 첨예한 갈등을 빚는 현안에 대해 경사노위가 합의를 도출할 경우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것으로 보고 정부가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다. 그런 만큼 상호 양보를 통해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열린 경사노위 출범식 및 1차 본위원회에 참석해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사노위가 법적으로는 대통령의 자문기구다. 자문기구라는 게 하기에 따라서는 유명무실할 수도 있고 장식적 기구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대한 힘을 실어주겠다. 첫 회의에 내가 참석한 것도 경사노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가 경사노위 합의사항에 구속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국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하면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지만, 경사노위가 합의를 하면 국회도 반드시 존중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탄력근무제에 대해선 “경사노위가 이를 의제로 논의한다면 장시간 노동 등 부작용을 없애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고, 임금도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계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회도 그 결과를 기다려줄 것이다. 국회에게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즉 여야3당이 탄력근무제 단위시간 확대 연내 처리에 이미 합의했지만, 경사노위 논의를 좀 더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경사노위는 노동계 5명, 경영계 5명, 정부 2명, 공익위원 4명, 경사노위 2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합류하지 않아 일단 17명 체제로 출발했다. 이에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그 실효성 담보를 위한 민주노총 참여를 거듭 호소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민주노총 불참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보이고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제조업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며 “제조업 주요 노조들이 민주노총에 속해있기 때문에 그 논의를 하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참여는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노총이 본위원회에는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의제별·업종별 위원회, 각종 특위에 꼭 참여해 발언해 주기 바란다는 권고를 결의해 오늘 오후 바로 민주노총에 송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작년 9월에 한국노총이 처음으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해 많은 비난을 받았고, 어용이라는 말도 들었다”면서 “그런데 어용은 ‘어려울 때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대화가 우리 사회의 여러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익위원 김진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과거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전수분석해보니 차령산맥 이남은 모두 문재인 변호사가 담당했었다”며 “이런 분이 대통령이고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친 문성현 위원장이 경사노위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분보다 개방적 자세를 가진 게 민주노총의 김명환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이 있을 때 경사노위가 사회적 합의를 봐야된다. 이런 분들이 있을 때 타협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 타협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독려했다.
 
사용자 위원으로 참여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손경식 회장도 “어렵게 첫발을 내딛은 만큼 대타협의 결실을 기대한다”며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들어선 만큼 경제사회 주체가 모인 경사노위에서 임금과 고용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친 후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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