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올 한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양국의 불협화음에 대한 세계경제의 우려가 크다.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있을 미중 정상회담을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양국 간 분쟁 요소에 대한 일부 타협안만 있을 뿐, 갈등을 잠재울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중 분쟁의 본질이 사실상 세계경제 패권 다툼이라는 점에서 '정전은 있어도 종전은 없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특히 내년에도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양국 간 신경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30일~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1일경 양국 간 무역 관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세계경제의 촉각은 곤두서 있다. 올 초부터 시작한 미중 무역분쟁이 화해보다는 벼랑 끝으로 치달으면서 자국뿐 아니라 신흥국 등 여타 국가들의 경제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분쟁을 완화하는 전술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세계경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휴가 중에도 "중국은 합의를 원한다. 우리가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나는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위해 아주 잘 준비돼 있다"고 언급해 기대감을 재차 높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양국 간 통상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서만 타협안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무역분쟁 등 갈등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와 함께 회의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중국 정상 간의 만남에서 양국의 무역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아진 상황"이라며 "양국 관리들은 이미 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기대가 낮은 것은 양국 간 진통을 겪는 현안들이 좀처럼 풀기 어려운 것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이 문제를 삼고 있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기술 이전 정책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실정이다. 또 지난달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보류하면서 다행히 환율전쟁은 피했지만, 여전히 중국 위안화 환율정책의 불투명성은 양국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했던 지적재산권 침해, 산업 보조금 지급, 미국기업 진입장벽 등의 문제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측 요구를 일부 들어줄 뿐, 100% 다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분적인 타협안 도출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의 본질이 세계경제 패권다툼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회담은 일시적인 훈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실제 양국의 힘겨루기 흔적은 올 들어 격화된 무역분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한 가운데, 올 초부터 중국의 태양광 패널, 세탁기, 철강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지난 4월 미국 농산물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했다. 이후 미국은 다시 중국산 공산품에, 중국은 다시 미국산 제품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핑퐁 게임'식으로 진행해 왔다. 이같은 무역분쟁에 미·중 자국뿐 아니라 신흥국 등 주변국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졌다.
시장에서는 미중 힘겨루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일정부분 선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계속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실익 확보를 위한 양국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에도 세계경제 저성장이 예고됨에 따라 자국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의 통상정책은 단순히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 뿐 아니라 미·중 간 헤게모니 대결, 세계질서 개편 등도 배경에 있기 때문에 물밑에서 통상 분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미·중 간 패권경쟁은 장기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