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오락가락한 1회용 점안제 가격에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이해 당사자인 제약사 모두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약 두달새 오르내림을 반복한 제품 가격에 혼란이 가중된 소비자들이란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2일 일괄적으로 인상됐던 1회용 점안제 가격은 지난달 30일 재인상돼 제자리를 찾았다. 보건당국이 주도한 가격 일제 하락 조정에 반발한 제약사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탓이다.
복지부는 지난 8월말 9월부터 일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의 약가를 최대 55%까지 인하하는 안(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을 고시했다. 용량과 상관없이 같은 농도의 제품이면 동일한 약가를 책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반발한 해당 품목의 대부분(299개)을 제조하는 21개 제약사가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인하안은 잠시 유예됐지만 법원이 제약사 신청을 기각, 9월22일부터 약가가 198원으로 고정됐다. 기존 약가(대용량 371~440원, 소용량 223원) 대비 평균 27% 인하된 가격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서울고등법원이 기존 판결을 뒤집으면서 30일부터 약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고법이 제약사들이 주장한 촉박한 조정기일에 따른 회복할 수 없는 손실 발생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두달이 조금 넘는 기간 널뛰듯 오르내린 약가에 복지부와 제약사 모두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최악은 면했지만, 인하기간 단기적 손실과 유통과정에서의 재고 처리라는 과제가 남았다. 복지부 역시 높은 약가를 노리고 대용량 위주로 생산되는 점안제 생산 행태를 막겠다는 공익을 내세웠지만 근본적 약가제도 개선 없이 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강행했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최종 소비처인 약국과 소비자의 혼란이 심각한 수준이다. 약국 입장에선 기존 제품을 반품했다가 재입고하는 불편을 겪는 중이고, 잠시 인하가격으로 사던 소비자들은 손해 아닌 손해를 겪고 있다.
서울 홍제동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한 분기도 되지 않는 사이에 약가가 두번이나 바뀌나 보니 약국의 재고도 문제지만, 혼란을 겪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약국에서 토로하고 있어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약 두달새 오락가락한 1회용 점안제 가격에 수혜를 입은 이 없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손해 아닌 손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인 약국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입장이 난처하기만 하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