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기자] 드론 산업 급성장에도 정부 차원의 안전사고 집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드론 정책은 유독 산업 활성화에 치중돼 있는데, 중·장기적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뉴스토마토>가 국토교통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의 드론 관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공식적으로 정부가 집계한 사고는 5건에 불과했다. 국토부 산하 지방항공청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로 접수된 사건들의 수다.
물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은 초경량비행장치의 범위에서는 이뤄지고 있다. 정부 집계한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사 등의 안전 준수사항 위반 적발 건수는 지난해 37건이다. 처음 집계를 시작한 2014년에는 4건이었다.
하지만 초경량비행장치는 법 규정상 초경량 헬리콥터, 초경량 자이로플레인, 유인자유기구(열기구), 동력패러글라이더, 무인 헬리콥터, 무인 비행선 등 10개 항목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드론은 무인멀리콥터의 범주에 속할 뿐이다. 즉 정부가 별도의 드론 관련 사고를 파악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또 한국은 12kg 초과 비사업용 드론의 경우 기체신고를 해야 하고 사업용은 무게와 상관없이 신고하는 식의 제도를 운영 중이다. 12kg 미만 드론은 아무런 안전 기준과 규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전 사고에 무방비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강창봉 항공안전기술원 무인항공연구실장은 드론 산업 활성화 토론회에서 "드론이 대중화 하면서 조종자 준수사항 위반 행위 적발 건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조종자가 준수사항을 위반 했을 때 위반에 대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법인과 사용자에게 양벌 규정을 적용하는 등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0월 31일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 앞 도로에서 드론을 활용한 실종자 수색 및 관제시스템 운용 시연이 펼쳐지고 있다. /제공=부산경찰청
기준에 따라 정부에 등록된 드론은 총 4000여대에 불과하지만, 가정에서 장난감용으로 쓰는 미니 드론을 포함한 전체 드론의 수는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게 업계는 설명이다. 때문에 드론 관련 안전사고도 민간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드론 사고의 경우 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아니라면 주로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처리되거나 아예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없는 상황이 많다. 별다른 피해 보상이나 구제 없이 종결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안전 규정이 촘촘하게 마련돼 있다. 미국은 17세 이상만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며, 사고가 발생하면 10일 이내에 연방항공청(FAA) 보고 의무를 진다.
영국은 내년부터 250g 이상 드론 모두 민간항공국(CAA)에 등록해야 하고, 사유재산으로부터 150피트(45m)를 유지해 운용해야 한다. 나아가 드론 운항은 항상 조종사에게 법적 책임이 수반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5년 유럽항공안전기구(EASA)가 발표한 드론 규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500g 미만 드론부터 항공기 수준의 대형 드론까지 모두 규제 대상으로 두고 있다.